저번에 포스에관해 쓰면서 포스계열 인자들은 세포 분열등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고 쓴적이 있다. 물론 세포분열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한 메커니즘인지라 여기에 작용하는 단백질과 효소들만 수백에서 수천종에 달하며, 역활이 완벽하게 잉여하여 다른 놈이 대체할수 있는 단백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포분열 유전자가 망가지는 것은 타 유전자들이 망가지는 것 보다 보통 훨씬 위험하다. 직빵으로 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

 

물론 수억년전부터 생명체는 우리의 마더 어스에서 살아왔고, DNA에 손상을 입는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았을 것이다. 아니면 몸으로라도 배웠을지도. 초창기 지구에서부터 근현대까지는 주로 태양의 저주받을 자외선 (UVA/UVB/UVC) 등이 DNA손상에 아주 큰 기여를 했고 (요즘도 그렇다. 자외선차단제 잘 바르고 다니자. 세렌은 몇일전에 DNA젤 보려다가 뚜껑 안닫고 UV를 켜서 직빵으로 맞았음 ㅜㅜ) 요즘에야 탄 음식, 담배속에 들어있는 십억가지 발암물질, 스팸에 있는 아질산나트륨 등 발암물질 천지니 사실 DNA에 아무 일 없이 멀쩡하게 살기는 참으로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암' 이라는건 절대 최근에서야 새로 발견된 병이 아니라, 대충 떄려맞춰봐도 족히 몇천만년, 몇억년전부터 있었을지 모르는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것이고, 맨날 당하던 우리 지구의 생명체들도 어떻게든 암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 보면서 진화를 했을 터이니..

 

그리하여 이번에 아주 간단하게 알아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한 유전자

 

p53

 

되시겠다. 이명은 Tumor Suppressor. '종양 억제자' 라는 꿈과 희망의 이름을 같고 있는 중요한 단백질이시다.

 

발견에서부터 족히 30년이 지난 지금, p53 에 관련된 논문과 문헌은 어림잡아 수백에서 수천장 수준. 이것들을 요약해 보면 p53 의 가장 중요한 역활 중 하나는 세포분열의 제어다. 고등학교 생물을 배운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 몸의 분열하는 세포들 (예: 피부세포 등. 뇌세포는 분열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머리를 엊어맞으면 나빠지기만 하지 복구는 안되는 이유) 은 웬만큼 성장하고 몸집을 불린 후 자신과 동일한 딸 세포 두개로 분열하는데, 이걸 세포 주기 (Cell Cycle) 이라 한다.

 

세포주기의 다이어그램. 세포들은 G1 단계에서 성장하고, 몸집을 불리고, S 단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DNA를 복제해서 한뭉치 더 만들며 (자기가 분열할 세포 두개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G2 단계에서 세포 분열이 될 준비가 됬는지 점검하고, 그후 PMAT의 유사분열 (mitosis) 를 통해 두개의 세포로 분화한다. 이때 S단계에서 DNA 복제가 정상적으로 되는게 정말 중요한데, 간단히 생각해 보면 S단계에서 망가진 DNA를 복사해 버리면 분열해서 나오는 세포 두개가 그 망가진 DNA를 가지게 되고, 그 두 세포가 분열하면 또 네 세포가 망가진 DNA를 가지게 되고 등등 해서 이 망가진 DNA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리기 될 것이기 때문.

 

그래서 G1단계가 끝나고 S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세포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검사' 를 받는다. 학교에 들어가기전에 복장검사를 하는 것처럼 (물론 세렌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가보지 않아 모른다. 하겠지?) 정말 중요한 DNA 복제단계로 들어가기 전 DNA가 정상적으로 되어 있나 검사를 하는 것. 이 검사단계에서 우리의 p53단백질이 CDK1, CDK2, CDK4, CDK6이라는 동료 단백질들과 함께 뭉쳐서 DNA를 검사한다. 망가진 DNA부분이 보이면 효소를 불러와서 그 부분을 밀어버리고 새로 복구한다. 망가진 부분이 좀 많으면 효소를 좀 많이 데려와서 군데군데 땜질을 한다. 인간 유전자는 총 32억개 정도의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32억개의 염기를 복사하면서 생기는 오차율은 0.000165%, 인간이 만든 그 어떤 복제 메커니즘보다 정교한 수준이다. 근데 이래도 최소 1만개에서 10만개정도의 오차가 생기고, 오차가 재수 없게 중요한 (저번의 포스라던가) 유전자에 생겨버리면 답이 없는 상황이 되므로 그런 일이 없게 이 단계에서 또다시 검수를 하는 것. 오차율은 최종적으로 1E-12 정도에 수렴한다. 이건 우리 몸의 DNA 복구 메커니즘의 한계로, 여기서 못 잡아내는 몇몇개는 어쩔수 없는 모양.

 

하여간, 이렇게 검사가 끝나고 세포가 복사될 만하다 여겨지면 p53가 물러나면서 세포에게 OK사인을 보낸다. 그럼 세포는 S 단계로 들어가서 DNA를 또 신나게 복제하기 시작한다.

DNA를 고치는 중인 p53-DNA 라이게이스

 

 

p53의 역활은 이것뿐만이 아닌데, 세포분열주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 DNA 이상이 발견되면 항상 콜업된다. 예를들어 활성산소가 DNA를 개발살 내놨을때도 불려가서 땜질을 한다 (정확히는 불려간 다음 땜질하는 애들을 호출한다). 갑자기 세포의 농도가 변경했을때 생기는 데미지에도 불려가고, 저번의 포스인자 등 다른 세포의 중요 세포분열관련 유전자들이 망가져서 폭주할 때도 불려가서 사태를 다스리는데 사용된다. 세포가 뭐에 잘못 달라붙었을 때에도 일단 호출되고 본다. 이 수많은 DNA와 세포의 데미지에 끌려가 개고생하는 p53를 찬양하는 의미에서 1992년 레인 박사의 팀은 이 단백질에게 아주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바로 Guardian of the Genome

게놈의 수호자

 

다. 멋있지.

 

대충 해골마크가 세포 자살이라 보면 된다. 일부러 여러분의 기를 죽이려고 최대한 복잡해보이는 다이어그램으로 가져왔다.

 

p53의 역활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엔간한 데미지는 p53가 효소들을 부려서 어떻게든 때워먹을 수 있는데, 가끔 DNA 데미지가 너무 광활할 때가 있다. 아니면 양쪽 다 부러져 버리던가 (DNA는 이중나선 구조라는걸 기억하자. DNA 수리 효소가 DNA를 수리하는 방식은 이중나선 중 망가진 나선의 부분을 일정 부분 제거한 다음 멀쩡한 나선을 참조해서 그와 맞는 다른 쌍의 나선을 만들어 붙이는 방식이다. 양쪽 다 망가져 버리면 참조할 나선이 없으니 답이 없어진다). 이럴 경우 p53은 깔끔히 gg를 친다. 어떻게?

 

세포를 죽인다 (Apoptosis = 세포 자살). 간단히 칼슘이온을 세포 속에 잔뜩 들어오게 한 다음, 농도를 맞추기 위해 역시 물이 세포 속으로 엄청나게 들어오게 하여 최종적으로 세포를 빵 터지게 만들어 버리는 것. 잔인할것 같지만 망가진 세포가 폭주해서 암세포로 돌변하느니 차라리 그 전에 자살시키는게 우리 몸에는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역시 수백개의 효소와 단백질들이 관여하는 이 세포자살체계에서 p53은 마스터 컨트롤러, 즉 최종 지휘권자의 역활을 맡는다. 그래서 이곳에도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진 후, 부스덴 박사의 팀으로부터 p53은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바로 Death Star. 죽음의 별이다. 이것 또한 포스 쩌는 이름이 아닌가.

 

그리고 1989년에는 '올해의 단백질' 로 상도 하나 타 먹었다. 경사로세

 

 

흑화

우리 몸에는 재차 말했듯 수많은 세포분열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있고, 이것들이 망가질 경우 세포는 암에 걸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하여 세포는 p53라는 개념찬 유전자를 어떻게든 쑤셔 넣어서 이런 수십가지 위험에 대비하게 됬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하루에도 수만개씩 생기는 DNA 돌연변이에도 어느정도 안전할 수 있게 됬다. 뭐가 잘못되면 p53가 고치거나 맛이 간 세포를 죽여 줄 테니까. 하지만 하나는 해결하지 못했다.

 

p53가 망가지면 어떻게 하는가?

 

뭘 어떻게 해. 끝장나는 거지..

수많은 세포분열유전자의 망가짐을 막았지만 정작 p53가 망가져 버리면 몸은 딱히 해결책이 없다. 실제로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암의 절반 이상에서 p53가 망가져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다. 이 p53 유전자 이상은 유전적으로 대물림될 수도 있기에, 부모의 p53가 망가져 있다면 자식, 손주 세대까지 위험하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이렇게 망가진 p53 은 멀쩡한 다른 p53 의 작동까지 방해한다 (우리 몸의 모든 유전자는 두 복사본이 있다. 하나는 엄마에게서, 하나는 아빠에게서). 즉 엄마 쪽에서 내려온 p53유전자가 망가져 있다면, 설상 아빠 쪽에서 내려온 p53 유전자가 정상이더라도 흑화한 p53가 정상적인 p53의 활동을 방해하면서 그대로 암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이 쩌는 이중성으로 별명을 또 하나 드셨는데,

 

An Acrobat in Tumorigenesis

발암의 곡예가

 

이다. 암 억제와 암 발생을 외줄타기로 넘나드는 정신나간 단백질이다. 여러분도 건강한 식습관으로 p53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하자.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