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biology-questions-and-answers.com/the-immune-system.html)

 

허구헌날 감기 걸리고 아프고 대상포진 걸리느라 (예: 무스탕)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이 살아 있다는게 바로 그 증거죠. 감기에 걸렸던 조금 더 아픈 병에 걸렸던, 면역체계가 어찌되었건 작동하고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살아가는데스.. 뭐 그런 겁니다.

간단히 이야기를 해 보자면, 바이러스, 박테리아, 독소 등 몸에 좀 안좋은게 몸 속으로 들어올 경우, 면역체계는 바로 대응에 들어갑니다. 대응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중요한 한 갈래를 차지하는 것들이 바로 B-림프구 혹은 B-세포라고 하죠. 이 B세포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항체 (Antibody) 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https://med.virginia.edu/antibody-engineering-technology/services/antibody-production/)

 

대충 요렇게 Y-모양으로 생겼습니다. Y의 갈라진 부분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등을 인식해서 달라붙는 곳.

 

바이러스나 독소 같은게 들어오면, B세포들이 이걸 알아채고 이에 알맞는 항체를 만들어 내보냅니다. 만들어진 항체는 독소나 바이러스의 표면에 달라붙어서 무력화 시키거나, 잔뜩 달라붙어 다른 백혈구들에게 집어 삼키라는 신호를 주거나, 바이러스 주변 공간을 완전히 파괴해 (=여러분의 세포들도 같이 개발살나는 자폭사태) 나쁜 것들을 처리하거나 하게 됩니다. 이게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 걸리기에, 일단 병에 걸렸을 경우 처음 몇일간은 답이 없죠. 감기든 뭐든 일단 걸리면 무조건 몇일간은 아픈 이유가 이것입니다. 알맞는 항체가 나오기까지 몇일 걸리기에 초반은 체력과 깡과 의지^^ 등 자연면역으로 버텨야 하고, 항체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을 몸이 버티지 못할 경우 (예: 파상풍)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꽤 있죠.

 

오늘 써볼 것은 이 항체에 대해서입니다.

 

휴-먼은 인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독소 등을 만납니다. 이것들을 통틀어 면역 반응을 이끌어내는 항원이라 부르죠. 감기만 해도 매년 수십종의 다른 바이러스가 찾아오고 (맨날 감기에 걸리면서도 일년 뒤에 또 걸리는게 이것 때문입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항상 달라지기 때문), 손톱 한번 깨물때마다 수백 수천종의 박테리아가 몸으로 들어가고, 공기에도 미세먼지에 포함된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면역반응을 이끌어내죠. 대충 수로 환산하면 일생동안 천만에서 몇 억개의 항원을 만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이 모든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으면 파상풍을 예방하는 항체를 만들고, 감기에 걸리면 그를 막는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대부분의 경우 항체가 만들어지면 거의 일생 동안 가기에,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고 그에 따른 항체가 만들어졌다면 일생동안 그 병에 다시 걸릴 염려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방접종의 원리가 이것). 우리 몸은 살아가면서 억 개의 병원균, 바이러스, 화학물질을 만나고, 몸도 이에 따라 최소 억 종류의 항체를 만들어 방어합니다. 최소라고 한 이유는 한 항원에도 수천 개의 서로 다른 항체가 만들어져 방어할 수 있기 때문. 예를들어 감기에 걸리면 그 감기 바이러스를 잡아낼 수 있는 항체만 수천에서 몇만 종류를 만들어 방어합니다.

 

즉 일생 동안 우린 정말 셀수없는 종류의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낮게 잡아서 1경 개, 10의 16승 (1016) 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숫자입니다.

 

이게 밝혀지고 나자 하라는 연구는 안하고 맨날 쌈질이나 쳐하길 좋아하는 생물학계에서는 또 싸움판이 터졌습니다. 왜일까요?

 

항체는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RNA에서 만들어지고, RNA는 DNA에서 나오죠. 이때 생물학의 중심을 잡고있던 이론은 바로 센트럴 도그마, DNA에서 RNA가 나오고, R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이론. 더 자세하게, 한 유전자는 한 RNA를 만들고, 한 RNA는 한 종류의 단백질을 만든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럼 문제가 되죠. 항체 단백질 1경 개를 만드려면 유전자가 당연히 1경 개가 필요할 텐데, 인간 유전자는 길게 잡아도 15000-20000개 밖에 되지 않거든요! 물론 이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는 유전자의 숫자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사태였지만 (DNA 염기서열이 딱 30억개 정도 된다는 것도 근래에 밝혀진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경 개의 유전자는 이해가 안 가는 숫자였거든요. 유전자 크기가 작게 잡아도 염기서열 몇천개는 잡아먹으니, 인간 유전자의 길이가 몇 해 (1020) 에 달한다는 황당한 결론이 나왔고. 아무리 아닌것 같다, 는 생물학자들이 많았습니다.

 

이 시기 면역학계는 두 패로 갈라져서 싸웠는데, 한 패거리는 생식세포 유전자설(Germline Theory) 을 밀었고, 다른 패거리는 체세포돌연변이설 (Somatic Mutation Theory)를 밀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생식세포파는 그래! 1경 개의 유전자가 우리 몸 속에 있다! 는 파였고, 체세포파는 유전자는 얼마 되지 않는데 전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이렇다는 이론을 밀었습니다. 그리고 한 20년간 서로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두 이론을 검증하기엔 아직 기술이 부족했거든요.

 

http://www.biolegend.com/making_antibodies

 

다시 보는 항체. Y처럼 생겼죠? 저 Y의 갈라진 부분이 항원을 인식하고 달라붙는 부분이고. 이 갈라진 부분을 Variable Region, 혹은 가변 영역이라 부릅니다. 아래 쭉 뻗은 부분은 불변 영역, 혹은 Constant region. 이중 가변영역은 V, D, J 라는 세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면역학자들은 – 체세포파든 생식세포파든 상관없이 – 유전자 하나가 항체 하나를 통쨰로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상식이였으니까요. 단백질 하나당 유전자 하나. 체세포설 파도 그건 부정하지 않았지만, 생식세포파가 모든 항체단백질은 각각의 대응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한 반면, 체세포파는 유전자 수는 적당히 적은 대신, 그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른 단백질을 만든다고 믿은 거죠.

 

20년쯤 후 좀더 제대로 DNA 염기서열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게 되고, 항체 단백질의 유전자를 파악하기 위해 이걸 써본 면역학자들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일단, 생식세포파의 생각과는 다르게 각 항체에 해당하는 모든 유전자가 있는건 아니였습니다. 당연하죠. 1경 개의 유전자인데요. 하지만 체세포파도 믿은 것처럼 한 유전자가 한 단백질을 만드는 것도 아니였어요.

 

http://nfs.unipv.it/nfs/minf/dispense/immunology/lectures/files/bcell_tcell_development.html

 

알아본 결과, 가변영역을 만드는 VDJ는 각각 다른 유전자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즉 한 유전자 = 한 단백질의 공식이 깨진 최초의 사례였어요. V유전자, D유전자, J유전자, 그리고 불변영역을 만드는 C유전자는 각각 머~~~~~얼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한 몇만 염기서열씩요.

 

그러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떨어진 것들이 어떻게 단백질 하나를 만들지? 각각 다른 단백질이 달라붙은 건가? 그것도 아니였습니다. 헤모글로빈 처럼 단백질 하나가 여러개의 작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경우 쉽게 알아볼 수 잇거든요. 하지만 항체는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니였습니다.

 

또 다른 질문. 아무리 봐도 유전자 수가 좀 적어요. V유전자 약 40개, D유전자 약 25개, J유전자 약 10개, C는 1개에서 8개. 게다가 VDJC가 일렬로 있는것도 아니고, V는 V끼리 뭉쳐 있고, D는 D끼리 뭉쳐 있는 식.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항체가 나올 구석이 안 보인다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과학자들은 아니였으니.. 또 몇 년이 흐르고, 드디어 좀 윤곽이 잡히기 시작헀습니다. 그리고 다들 경악했지요. 면역체계가 얼마나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닳았거든요.

 

항체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조합.

 

http://nfs.unipv.it/nfs/minf/dispense/immunology/lectures/files/bcell_tcell_development.html

 

V유전자를 하나 고르고, D유전자를 하나 고르고, J유전자를 하나 골라 사이에 있는 DNA를 뚝 자른다음 붙여넣기 하는게 바로 그 방법이였습니다.

 

http://andreagauthier.com/images/VDJrecombination_fullsize.jpg

 

모든 혈액세포는 HSC (Hematopoietic Stem Cell) 라는 줄기세포에서 시작합니다. B세포는 세포 분화의 끝자락이라 할수 있지요. B세포가 생성되서 성숙해가기 시작할 무렵, 각 B세포의 유전자는 V, D, 그리고 J를 하나씩 고릅니다. RAG1,2 이라는 단백질이 와서 먼저 V랑 D의 끝자락을 붙잡고 가운데에서 만나게 끌어 오지요. 실을 양쪽에서 붙잡고 한 곳으로 모으면 가운데 고리가 생기잖아요? DNA도 마찬가지로 고리가 생기는데, 이 고리를 쿠- (Ku) 라는 쌍단백질이 붙잡아 안정화 시키고, 아르테미스 (Artemis) 라는 단백질이 와서 잘라 버리며, 잘린 부분은 DNA 라이게이스 (DNA Ligase) 가 와서 이어붙입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D)J_recombination-diagram3.svg

 

즉 이렇게. 진짜 그냥 잘라 붙이기에요. V2랑 D2, J1이 이어지면서 그 사이에 있던 V3유전자, D1유전자는 잘라서 버리는 거죠. 이 작업을 통틀어 VDJ 리콤비네이션 (VDJ Recombination) 라 부릅니다. 아까 V가 40, D가 25, J가 10개 정도 있다고 했고, 아무 V나 아무 D, J랑 조합할 수 있으니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도 40 * 25 * 10 = 10000, 유전자 75개 정도로 1만개 정도의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http://www.biolegend.com/making_antibodies

 

이 사진을 다시 보시면, 항체의 Y의 갈라진 부분은 사실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어요. 초록색이 큰 단백질인 중사슬 (Heavy Chain), 밤색이 좀더 작은 단백질인 경사슬 (Light Chain). 경사슬과 중사슬이 하나씩 모여서 항원을 인식하는 공간을 만들고, 연사슬도 비슷한 조합을 거칩니다. 경사슬의 경우 D가 없으니 그냥 Vj 조합인데, 연사슬은 V가 약 40개, J가 약 15개 있으므로 VJ 만 해도 40 * 15 = 600개로 생각해볼수 있겠네요. 서로 다른 경사슬은 서로 다른 중사슬과 조합할수 있으니 그 조합을 생각해 보면 600 * 10000 = 600 만 개의 조합이 됩니다. 유전자 130개로 600만 개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실제로는 이 단계에서 약 천만 개의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어떤 중사슬은 D 유전자를 아예 넣지 않아버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V-D, D-J 조합을 할때, 아르테미스가 DNA를 자른 다음 이어붙이기 전에 다른 단백질 두개가 끼여들 때가 꽤 많습니다. Terminal Deoxynucleotidyl Transferase, 줄여서 TdT, 한글로 말단 데옥시뉴클레오티딜 전이 효소 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단백질과 DNA 잘라내는 엑소누클레이즈 (Exonuclease) 둘이죠.

 

https://quizlet.com/94093512/b2-immunology-flash-cards/

 

간단하게, 잘려진 두 DNA 사이에 TdT는 끼어들어서 염기를 몇개 더 추가합니다. 한쪽이 AAT, 다른쪽이 CGG로 끝났다면 TdT가 작업하고 난 다음엔 AATCACA, 다른쪽은 AGGTACGG인 식. 완전 랜덤한 방식으로 염기를 추가하고, 몇개가 추가되는지도 지맘대로인 정신나간 효소입니다.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immu.2015.00157/full

TDT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Insertion 이 TdT가 추가한 염기들입니다. 패턴 없이 그냥 무작정 추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엑소누클리에이즈는 으르렁..대는게 아니라 TdT와는 반대로 염기서열들을 몇개 제거하구요.

 

이러다 보니 이 단계에서 다양성은 끝이 없게 불어납니다. 최소치로 잡아도 1016 으로 불어나는데, 사실 TdT가 일하는게 아무런 제약이 없다보니 이론상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도 가능하지요. 항체의 다양성이 밝혀지는 순간이였습니다. 과학자들은 뒷목을 잡았죠. 아니 우리 면역체계가 이런 정신나간 놈들에게 휘둘리고 있었단 말인가??

 

몸 안에 있는 모든 B세포들은 각자 다른 VDJ 조합과 각자 다른 TdT의 활동을 통해, 모든 B세포가 각각 자기만의 특별한 항체를 가지게 됩니다. 아무런 항원이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똑같은 항체' 라는건 절때 있을수 없는 일이죠. 두 B세포가 똑같은 항체를 가질 확률은 0이나 마찬가집니다. 이렇기에, 어떤 항원이 들어오건 우리 몸은 그 항원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가진 B 세포가 꼭 있습니다. 맞아요. 에볼라 바이러스던 파상풍이던 복어독이던 우리 몸은 그 항원을 찍어누를 수 있는 항체가 이미 있다는 뜻입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해서 우주에 있는 그 어떤 화합물이던 독이던 외계인 단백질이건 우리 몸은 반응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에 걸맞는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즉 병에 걸렸을때 처음 아픈 5-7 일은 그 그 항원에 걸맞는 항체를 가진 B세포를 찾고, 그 세포를 증식시켜서 항체를 잔뜩 만드는 단계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몸은 그 항체를 만들수 있는 설계도만 가지고 있는 상태라, 항체를 찍어낼 수 있는 공장을 만드려면 먼저 그 설계도를 가진 B세포를 찾아 분열시켜야 하거든요. 예방접종이란 그 항원을 우리 몸에 먼저 보여줘 공장을 미리 짓는 식 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반대로 예방접종이 없을 경우 공장 만들다 몸이 먼저 gg를 치는 상황이라는 거죠. 항원을 발견하고 분열 도중 또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욱 강력한 항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

 

 

 

 

여기에 한가지 더.

 

생물학자들은 VDJ 조합을 통한 다양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전자 수백 개로 단백질 수천억 개를 만들어내는 그 능력도 능력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과정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밖에 할수 없기 때문이였습니다.

 

http://www.dnareplication.info/

 

우리 몸은 유전자를 대단히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특히 세포분열 같이 DNA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경우. DNA를 복사하는 중합효소부터 엘리트 교육을 거친, 실수 안하기로 유명한 효소이며 (DNA polymerase III), 그 효소가 한 천만개에 한번 정도 하는 실수를 막기 위해 따로 복사한 DNA를 검토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파내고 새로 채워넣는 단백질들을 잔뜩 투입합니다. 이 경우 10억개에 한개 정도의 꼴로 문제가 나고, 염기가 30억개니 DNA를 전부 복사하면서 세개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죠.

 

이처럼 세포가 DNA의 보존에 안간힘을 쏟는 이유는, 그 세개 정도로도 우린 죽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낭포섬 섬유증, 겸상 적혈구성 빈혈증, 테이삭병, 색맹증, 수많은 암까지 단 한개의 염기가 영 안 좋은 곳에서 변이할 경우 무시무시한 병을 가져올 수 있죠.

 

하지만 B세포의 항체생성은 유전자를 직접 가지고 잘라 붙이기까지하는 미친 난이도의 작업이면서도 이런 보호 시스템이 하나도 없습니다! 투입하는 TdT는 아무 생각 없이 염기를 던져대는 돌대가린데다가 나중에 항원이 들어오고 분열할 때도 의도적으로 실수를 아~주 많이 하는 낙제생 중합효소를 사용합니다. A가 들어갈 자리에 C를 던져넣는다거나 하는, 문제를 일으켜서 변이를 더욱 가속화해 더 다른 항체를 만든다는 목적이지요.

 

의도는 좋습니다만 당연히 그에 따른 댓가도 지불해야 하는게 강철의 연금술사..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 수많은 변이와 의도적으로 실수를 하게 설계된 이 작업들은 정말 많은 수의 소위 쓰레기 림프구를 만들어냅니다. 만들어낸 항체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가 하면, 기껏 항체를 만들었더니 우리 몸의 세포를 적으로 인식할 때도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의 한 갈래이죠. 최악의 경우 좀더 멋들어진 항체를 만들려 노력하던 세포가 맛이 완전히 가 암세포로 돌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몸도 완전히 손 놓는건 아니라 p53를 위시한 수많은 항암단백질들이 이곳을 돌아다니긴 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원래 변이를 억제하는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과는 달리, B세포들은 원래 변이를 유도하는 세포들이라는 것. 백혈병이 드라마에도 심심찮게 튀어나올 만큼 흔하고 위험하고 종류가 다양한 암인 이유가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균이나 바이러스를 만날지 예측할수 없던 우리 몸은 그냥 처음부터 모든 것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짰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시스템은 참으로 경이롭고 강력하지만, 반대로 폭주해 몸을 파멸로 몰고갈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등가교환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로도 피해갈 수 없던 모양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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