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코진과 튜머 서프레서 – 고것들은 무엇인가?

옹코진 -1-

 

옹코진과 튜머 서프레서. 생물학, 특히 유전자 쪽을 조금 파 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이나마 듣거나 읽어 보신 적이 있는 말들일 겁니다.

 

옹코진 (oncogene): 발암 유전자

튜머 서프레서 (Tumor Suppressor): 종양억제인자

 

한번에 감이 오시지 않습니까? 캬! 옹코진은 개새끼들이고 튜머서프레서는 갓갓유전자구나! 맞습니다. 아니 절반쯤만 맞다고 해야 할까요. 튜머 서프레서들은 갓갓 유전자가 맞습니다. 암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는 최선봉…아니 마지막 디펜스인가…그런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옹코진들도 항상 나쁜건 아니였습니다. 수천만년에 걸친 진화는 인간을 나름 지구에서 살 만하게 적응시켰고, 그렇게 나쁜 유전자들이 우리 몸에 있었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넘어갈 때부터 빠졌겠죠. 암을 유발하는 옹코진들은 사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유전자가 변이를 통해 옹코진으로 변한 것들입니다. 이 옹코진이 되기 전 단계의 정상적인 유전자들을 프로토-옹코진 (Proto-Oncogene) 이라고 하지요. 옹코진 프로토타입..같은 개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프로토-옹코진들은 우리 몸에서 정말정말 중요한 유전자들중 하나랍니다. 없으면 죽어요. 튜머 서프레서가 없어도 죽고요. 아! 인간의 몸은 어찌 이리 약한 것인그아아아악!

 

 

프로토 옹코진들 (Proto-Oncogene)

프로토-옹코진 유전자들은 우리 몸의 세포 분열, 세포 성장, 자살 억제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영원한 것들이 아니죠. 여러분의 피부세포 – 지금 여러분이 잡아당기는 그 피부의 가장 겉면은 이미 죽은 세포들이니, 그 아래에 있는 싱싱한 세포들을 말합니다 – 들은 2-3주 정도 살다가 죽습니다. 우리 몸의 백혈구 군단의 병사 포지션, 즉 대부분을 차지하는 뉴트로필 (호중구, Neutrophil) 은 2-3일 정도 살다가 죽죠. 병균을 만나면 자폭돌격을 하는 애들이니 감기라도 걸리셨다면 그야말로 하루살이들입니다. 장교 포지션인 대식세포들 (마크로파지, Macrophage) 은 수 개월, 적혈구는 120일, 위장벽 세포들은 2일, 췌장 세포는 1-2년, 뼈 세포는 30년을 삽니다. 그리고 세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빈 자리를 채워야겠죠!

 

 

따라서 우리 몸의 세포들은 분열합니다. IPMAT의 다섯 스테이지, 공부해 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I단계에서 세포는 자신의 삶을 삽니다. 췌장 베타세포라면 열심히 인슐린을 만들어 날릴 것이고, 간세포라면 여러분이 맨날 드링킹하시는 설탕을 저장하기 위해 분주할 것이고, 위장세포라면 끔찍한 위장산에 맞서 위장벽을 보호합니다. 분열의 시기가 다가오면, 세포는 벌크업을 합니다. 크기가 커지고, 세포 구성물을 두배로 딱딱 늘리며, DNA도 잔뜩 전사해 두 배로 늘립니다. P 단계에서 두배가 된 DNA가 세포 정중앙으로 이동하고, M단계에서 오와 열을 맞춰 중앙에 나열하며, A단계에서 분리되고, T에서 세포가 둘로 쪼개집니다. 세포가 하나에서 두 개가 된 것입니다. 말로 하니 정말로 심플해 보입니다만, 이 세포 분열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갈수 있는 이유이며, 박테리아가 미친 듯이 증식하는 이유입니다. 쉽게 말해, 세포 분열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의 기적입니다.

 

P53 관련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만큼 우리 몸은 셀수 없을정도로 많은 단백질과 효소들을 세포분열에 투입합니다. 수십 군데에서 검문이 이뤄지는데, 세포가 충분히 컸는지, 새포 구성물질은 충분한지, DNA는 충분한지 등 여러 곳에서 이 세포가 과연 분열과정을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는 전제로 검문합니다. 통과된 세포는 분열을 시작하죠. 통과되지 않은 세포는 자살합니다. 정확히는 자살을 명령받는…대충 사약을 받는..그런 것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프로토 옹코진들은 이 과정에서 분열을 촉진하는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프로토 옹코진이 없으면 여러분의 세포를 분열하지 못할 것이요 여러분은 태어나지도 못합니다. 태아가..아니 수정체가 되지도 못할 테니까요.

 

또 다른 프로토 옹코진들은 유전자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TF), 신호전달물질 (Signal Transduction Factor, STF) 들이기도 합니다. 세포가 분열하라는 신호를 받으면, 신호전달물질이 그 신호를 세포핵으로 전달하고, 그 신호에 반응하는 전사인자들이 DNA에 들러붙습니다. 전사인자들이 우르르 몰려있는걸 본 RNA 중합효소가 DNA에 붙어서 RNA를 만들고, 만들어진 RNA는 리보솜으로가 단백질이 됩니다. 그런 단백질들이 분열을 촉진하는..그런 위대한 순환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옹코진들의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시면..무엇인가 쓸모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지식이 느는 것이죠!

 

 

RAS 유전자

GTPase (GTP아제 – GTP를 GDP + 인산으로 분해하는 효소) 인 Ras 단백질을 만듭니다. 세포분열의 가장 중요한 축중 하나인 MAPK/ERK 회로를 시작하는 중요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EGFR수용체가 EGF (External Growth Factor, 표피증식인자) 에 반응한 후 활성화되며, 활성화된 Ras는 MAPK/ERK회로의 마스터 스위치로 기능합니다. Ras -> Raf -> MEK -> ERK 로 이어지는, 계단폭포처럼 단계단계단계마다 증폭되는 교과서 그 자체처럼 아주 모범적인 신호전달회로인 MAPK/ERK회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요한 단백질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APK/ERK_pathway#/media/File:MAPKpathway.jpg)

MAPK/ERK회로의 단면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회로 멤버들인 EGFR도, Ras도, Myc도 NFKB도 모조리 옹코진입니다. 맨 마지막에 c-fos 보이시나요? 세렌이 한때 포스인자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글을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얘도 옹코진입니다. 회로 멤버니까요. 이 회로를 빼놓고 암을 논할수 없을 정도.

 

 

소닉 헷지호그 (Sonic Hedgehog, shh) 유전자

아니 얘가 아니라.

재밌는 유전자 이름하면 단골로 오르는 헷지호그 시리즈지만, 하는 일은 막중합니다. 소닉 헷지호그 단백질이 중심이 되는 소닉 헷지호그 회로는 태아 상태일때 줄기세포가 제대로 할일을 하는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돕습니다. 손가락 발달에도 참여하는지라 헷지호그가 없었으면 여러분은 손가락이 10개나 15개였을 수도 있겠네요. 뇌에서는 또 특별한 일을 하는데..

Holland E, Huse J. Targeting brain cancer: advances in the molecular pathology of malignant glioma and medulloblastoma. Nature Reviews Cancer volume 10, pages 319–331 (2010) doi:10.1038/nrc2818 http://www.nature.com/nrc/journal/v10/n5/fig_tab/nrc2818_F4.html

 

뇌세포인 뉴런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돕는 필수적인 보조 세포인 신경아교세포 (Glial Cell) 이 증식하는 것을 돕습니다. 증식에 관여하는지라, 헷지호그가 맛이 간다면 수모세포증 (Medulloblastoma) 소뇌의 암에 걸리게 됩니다.

 

 

오로라 A 유전자 (Aurora A)

D’Assoro Ab et al. The mitotic kinase Aurora--a promotes distant metastases by inducing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in ERα(+) breast cancer cells. Oncogene 10, 599-610 (2014)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334326

 

위에 세포분열 사이클에서 DNA들이 세포 정중앙에 오와 열을 잡아야 한다고 썼었습니다. 사실 DNA가 아무런 도움도 안받고 저기로 가서 알아서 줄 서는건 저얼때 아니지요. Spindle Fiber, 스핀들 파이버 혹은 방추사라고 하는 실같은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오로라 A 유전자가 만드는 오로라 A 카이네이즈가 중심이 되는 오로라 회로는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세포분열 맨 마지막에서 세포가 반으로 갈라질때도 오로라 A가 관여합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렇게 세포분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오로라 A가 맛이 가면 분열도 맛이 갑니다. 암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남성의 전립선암과 여성의 유방암이 전이되는 것에 오로라A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어지고 있네요.

 

 

노치 (Notch) 유전자

Lobry C. et al. Notch signaling: switching an oncogene to a tumor suppressor. Blood 16, 2451-9 (2014) https://www.ncbi.nlm.nih.gov/pubmed/24608975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그 인간…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노치 회로는 거의 모든 다세포 생명체들에서 발견되는 끝내주게 중요한 회로입니다. 눳치가 없으면 뇌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심장 발달, 췌장 세포 분화, 조혈모줄기세포 발달, 면역체 발달, 헷지호그 회로 가동 등 생명체의 발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회로입니다. 대부분의 이 기능은 세포 분화, 세포 분열 등이 필요하고, 그것들에 큰 역할을 하는 눳치가 옹코진중 하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것들 외에도 포스인자/준인자 (Fos/Jun) 의 더블 옹코진 패밀리, 사이클린 D (Cyclin D), Akt/PKB 신호 회로, 베타카테닌/윈트 (β-Catenin/Wnt) 회로, (Myc) 등 수많은 옹코진들이 있습니다만, 고것들을 다 쓰려면 세렌은 절때 퇴근하지 못할 것이므로 지금은 이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몇개 더 써 보도록 할게요.

 

 

프로토 옹코진, 옹코진이 되다!

위에서 보았듯이, 프로토 옹코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엄청나게 필요한, 대단히 쩔게 중요한 그런 유전자들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프로토 옹코진들이 옹코진으로 변하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생명체가 지구에 꿈틀대기 시작한 때부터 진화를 책임진 자연의 진리, 즉 유전자 변이죠.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Ras 단백질을 예로 들어 볼까요.

 

Prior I et al. A comprehensive survey of Ras mutations in cancer. Cancer Research 72, 2457-2467 (2010)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354961/

 

Ras단백질은 약 ~190 개 정도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여져 있습니다. 단백질 중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편에 속하네요. Ras패밀리는 HRas, NRas, KRas라는 세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셋 다 마그네슘/DNA 염기와 반응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지도에서는 보라색으로 표기된 곳이네요.

 

다른 옹코진들처럼 Ras단백질 또한 굉장히 섬세하게 제어를 받고 있습니다. 세포가 분열을 하려면 일단 세포 내에 에너지가 많은 상태여야 하고, GTP는 ATP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의 에너지를 퍼먹는 곳에 자주 쓰이는 물질이죠. 대충 GTP를 꽉찬 에너지 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Ras단백질은 전력을 아주 많이 먹는 기계 정도로 생각해 보죠. 그렇게 생각할 경우 저 보라색 부분은 에너지 셀이 기계에 전력을 공급하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뭔가 큰 작업을 하실때 전력이 부족한데 하시진 않을거 아닙니까? 충분히 전력이 생길 떄까지 기다리겠죠. 전력이 부족하면 GTP가 부족하고, 따라서 저 보라색 부분에 GTP가 붙어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전력도 없는데 전력 퍼먹는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는 것 처럼요. Ras는 작업을 중단하고, 세포는 성장을 멈춥니다. 헌데 전력이 많다면? 기계를 켜야죠. GTP가 많아지고, GTP가 Ras에 붙으면 비로소 Ras가 활성화되어 세포 분열까지 이르는 장대한 MAPK/ERK 회로를 작동시키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필요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듯이, 분열할 필요가 없으면 Ras는 꺼진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일개 단백질 주제에 꽤나 세세하다구요? 맛이 가면 큰일나는 단백질인데 당연한 것일듯 싶습니다.

 

Ras같은 프로토-옹코진들이 옹코진으로 변하는건 대부분의 경우 이 제어 시스템의 망가짐으로 인해 일어납니다. 위 지도를 보시면 보통 검정색으로 표기된 아미노산중 빨간것들이 있습니다. 이 빨간 글씨들은 이 아미노산의 변이가 Ras단백질의 폭주를 일으켜 옹코진으로 만든 사례가 있음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저 아미노산이 변이되면 Ras가 맛이 갈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저 빨간 글씨는 보라색 부분에 유난히 집중되어 있죠. 보라색 부분이 Ras단백질의 온오프를 결정하는 부분인 만큼, 보라색 부분의 아미노산이 변이하면 제어 시스템이 맛이 간다는 뜻입니다.

 

옹코진들의 경우, 대부분의 변이는 옹코진을 폭주시킵니다. 예로 보고된 Ras옹코진의 변이는 거의 항상 제어가 풀린 Ras가 끊없이 세포분열을 촉진시키는 것이 되겠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변이하니 쓸데도 없는 세포가 무시무시하게 많아지고, 망가진 Ras을 가진 세포가 분열하면 그 자식세포들도 마찬가지로 Ras가 맛이 가 있을 테니 기하급수적으로 어마무시한 분열을 시작하는 것이죠. 종양과 암의 시작입니다. 비슷한 예로, Bcl2 프로토-옹코진은 세포의 자살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 역할은 혹시라도 실수로 자살해버리는 세포를 막기 위해 작용하는 것이지만, 옹코진이 된 Bcl2는 p53등의 세포자살유도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려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게 막습니다. 역시 암의 시작입니다.

 

물론 한 개의 프로토-옹코진이 옹코진으로 변신한다고 해서 100% 암이 되는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안전에 관해서면 편집증적일 정도로 보수적이라, 이중 삼중의 보호장벽을 치고 있지요. 저번에 알아본 p53과 같은 튜머 서프레서, 종양억제인자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글은 이미 글었으니, 다음 시간부터 알아보도록 할까요. 그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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