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ner Life of the Cell
세포의 삶
※주의: 본 영상은 과도한 생물뽕을 유발해 자연과학이라는 아주 배고픈 길로 인도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끝없이 파고든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뭔가 보여야 흥미를 갖던 말던 하죠. 하물며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 세포, 그리고 그 현미경으로도 제대로 보일까 말까 하는 세포 속의 소기관들, 단백질들, 핵산들로 내려가면 말할 것도 없죠. 책을 보면 휘황찬란한게 DNA가 어쩌고 RNA가 어쩌고 이 염기가 G로 바뀌면 테이삭 증후근이 발동되고~~ 라고 써 있어도, 막상 그것들을 보여줄 영상 자료들은 대학교 교재에도 몇 없습니다. 이미 정립되고 넘어간 이론이기에 '그냥 그런 거다' 로 받아들이고, 그러다 보니 이미 이 필드에서 구르고 닳은 사람들은 별 상관 없지만 막상 생물학의 길로 들어오는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냐 말입니다. 뭐, 이건 화학, 물리학, 생화학 등 자연과학쪽은 대부분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과학, 그리고 생물학쪽과 컴퓨터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당장 세렌만 해도 실험하는 것보단 실험 결과를 컴퓨터 붙잡고 분석하는데 시간을 더 오래 씁니다. Chip-seq등의 한번만 해도 천달러씩 깨지는 실험이 끝나고 나면 돌아오는 것들은 몇 GB 분량의 데이터들이고, 그걸 붙잡고 통계를 내는 사람들은 생물학자이면서 프로그래머들인 바이오인포매티션들이죠. 분자생물학은 이름에 어울리게 단백질, 핵산 등 수많은 '분자' 들을 다룹니다. 문제는 여기서 공부하는 단백질들이 대부분 무시무시하게 무겁고 복잡한, 생명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질들중 하나이다보니 그 복잡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다 보니 단백질들의 구조가 밝혀진 것들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 현재 십만개 정도를 밝힌것 같은데, 인간의 몸만 해도 2백만 개 정도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중 뭐가 진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고, 과연 정말 만들어지는게 몇개인지도 모르고, 그러다 보니 오늘도 분자 구조를 밝혀내려는 과학자들 (이 분야를 '크리스탈로지' 라 부릅니다)은 3D모델링 프로그램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잡설이 길었는데, 위 문단을 한줄로 요약하면 '컴퓨터 모델링 존나중요함' 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똑소리 좀 난다는 하버드대에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 붙잡고 세포가 어쩌고 저쩌고 주절주절거리는 것 보단, 3D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게 어떨까?
그래서 한 회사에 의뢰를 했고, 그 회사는 14개월동안 머리를 굴린 끝에 영상을 하나 뽑아 왔으니, 이것이 이 글에서 볼 The Inner Life of the Cell 입니다. 보시죠.
KIA
멋지지 않습니까? 사실 보신 분들도 많을 거에요. 2006년에 만들어졌는데, 세렌은 2008년 생물강의에서 이걸 처음 봤습니다. 보고 충격과 공포를 먹은 나머지 정신을 차려보니 분자생물학 전공을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심심할때마다 봅니다. 음악도 좋고. 요즘은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도 틀어준다고 하더라구요. 이해는 할수 없을지언정 입을 딱 벌리게 하는데는 아주 그만인 영상입니다.
혹시 이 영상을 보시면서 도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테니, 간략한 설명을 써 놓도록 할게요. 아시는 분들은 복습하긔.
* 이 영상은 백혈구 (Leukocyte) 가 염증 (Inflammatory Response) 에 반응해 염증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0:00 – 0:12 :: 흔한 혈관 속입니다. 광속으로 지나가는 붉은 도넛들은 적혈구. 벽을 타고 굴러다니는 파란 공들은 백혈구입니다.
0:13 – 0:21 :: 백혈구가 굴러다니면서 혈관 벽의 세포들과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혈관벽 세포들의 P-Selectin 단백질 (주황색) 이 백혈구 세포막 밖에 달려있는 PSGL1 단백질과 반응하며 결합합니다.
0:22 – 0:25 :: 백혈구의 세포막, 그것도 바깥족 부분입니다. 세포막 군데군데 박혀 있는 단백질들이 보입니다. 중간에 동그랗게 떠다니는 곳은 스핑고리피드(Sphingolipid) 와 콜레스트롤로 이루어진 리피드 래프트 (지질뗏목, Lipid Raft) 입니다. 세포의 신호전달물질이 모여드는 중요한 곳으로 콜레스트롤이 몸에 필수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안 먹으면 듁어요.
0:26 – 0:29 :: 염증이 일어난 곳의 혈관막세포(내피세포, Endothelial Cell)이 세포막에 붙어있는 프로테오글리칸 (Proteoglycan) 단백질을 이용해 케모카인(Chemokine) 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세포가 SOS를 존나게 때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케모카인이 백혈구의 수용체(Receptor, 보라색) 과 접합합니다. 수용체는 대게 막관통단백질 (Transmembrane Protein) 입니다.
0:30 – 0:35 :: 백혈구 세포막의 안쪽입니다 (세포의 안쪽). 밖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세포막에 붙어있는 단백질들로 인해 내피세포가 보낸 SOS신호가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0:36 – 0:41 :: 세포막을 지탱해주는 세포골격의 모습입니다. 스펙트린 (Spectrin) 이라는 단백질이 엉켜 만든 '뼈대' 라 보시면 됩니다.
0:41 – 0:52 :: 액틴 (Actin) 이라는 단백질의 집합으로 만들어진 액틴 필라멘트의 모습입니다. 간단하게 세포의 국도(지방도로) 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0:52 – 1:04 :: 액틴 필라멘트가 만들어지는 모습입니다. 수백만개의 액틴 단백질이 한데 뭉쳐 길을 만드면..
1:03 – 1:05 :: 적절한 길이에서 특별한 자르는 단백질이 와서 끊어냅니다. 끊어져서 필요가 없어진 액틴 단백질들은 다시 뿔뿔히 흩어진 다음 다음 길을 만드는데 이용됩니다.
1:06 – 1:14 :: 튜불린 (Tubulin) 단백질들로 만드는 마이크로튜불 (Microtubule, 미세소관) 의 모습입니다. 액틴보다는 좀 느리지만 그래도 빨리빨리 만들어지고 쓸모 없으면 부숴지고. 크기로 봐서 세포의 고속도로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1:15 – 1:25 :: 미친듯한 귀여움을 자랑하는 모터 단백질들입니다. 키네신과 묘신 두 종류가 있으며 하나는 세포막 쪽으로, 하나는 센트리올 쪽으로 이동합니다. 누가 어디인지는 잊어버렸는데.. 머리에 들고 (??) 걸어가는 것은 액포(Vacuole), 안에는 수많은 단백질, 물, 그외 기타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
1:26 – 1:31 :: 세포 내의 미세소관들을 만들고 관리하는 센트리올 (Centriole, 중심립) 의 모습입니다. 보이는 파란 공들은 전부 액포. 그 밑에는 모터 단백질이 노동을 하고 있겠죠
1:32 – 1:38 :: 내피세포가 보낸 SOS신호가 수많은 단백질과 신호증폭체계를 통해 백혈구의 핵 (Nucleus)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신호를 받은 핵은 안에 간직하고 있는 DNA를 이용해 특정한 단백질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만들 단백질들의 설계도가 바로 DNA를 이용해 만든 mRNA. mRNA들이 핵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1:39 – 1:49 :: 날아오른 mRNA 에 리보솜 (초록색 공, Ribosome) 달라붙습니다. 해서 만든게 단백질 (1:47의 느끼한 노랑색)
1:50 – 1:56 :: 만들어진 단백질중 일부는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의 화력발전소 취급을 받는 미토콘드리아로 날아갑니다. 백그라운드에서 귀엽게 꿈틀거리는게 미토콘드리아입니다.
1:57 – 2:03 :: 몇 단백질은 세포 안에 남고, 몇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로 날아가고, 이제 백혈구 밖으로 뿌려댈 단백질을 만들 차례입니다. 리보솜이 설계도 mRNA를 가지고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에 달라붙은 다음 소포체에 듬성듬성 나 있는 구멍을 이용해 만든 단백질을 그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2:04 – 2:12 :: 소포체는 밖으로 뿌릴 단백질을 모아 다시 액포 (Vacuole) 을 만들어냅니다. 이 액포들은 다시 화면에 잡히는 귀요미 모터단백질을 통해서..
2:13 – 2:18 :: 세포 속의 우체국 취급을 받는 골지체 (Golgi Apparatus) 로 이동합니다. 밖으로 내보낼 단백질을 잘 숙성함과 동시에 각 단백질을 어디로 보낼지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여기서 OK사인을 받은 단백질은 다시 한번 화면에 잡히는 노예모터단백질을 통해
2:19 – 2:27 :: 백혈구 겉의 세포막과 융합해 밖으로 내보내집니다. 몇몇 단백질은 세포막에 박힌 채로 남아 있군요.
2:28 – 2:41 :: 밖으로 나온 단백질들중 인테그린 (Integrin) 단백질들 주위로 콜레스트롤과 지방질들이 모여들어 다시 한번 지질똇목을 형성합니다. 지질뗏목 위에서 인테그린 단백질들이 허리를 펴고, SOS를 보낸 내피세포 겉에 있는 I-Cam 단백질과 반응해 결합합니다.
2:42 – 2:56 :: 결합이 완성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이곳이 맞다는 것이죠. 백혈구가 세포구조를 이리저리 늘리면서 내피세포 사이 틈으로 파고듭니다. 내피세포의 벽 너머에 있는 균 종간나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위함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백혈구들의 평범한 하루입니다.
PS. 영어에 문제가 없으신 분들이나 좀더 긴 버전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걸 보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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