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루, 세렌입니다. 이번엔 음, 분자생물학 글도 조금조금씩 써 볼까 해서. ㅋㅋ 하지만 세렌이 지금 밤이 늦어서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아주아주 쉬운 것으로 써 보려고 해요. 요즘 고등학생이면 다 배웠으려나??


그건 바로!!


DNA 수리하기


라고 합니다. 예 말 그대로 DNA에 문제가 생겼을떄 어떻게 고치는가! 왜 고치는가! 무얼로 고치는가! 에 대해 아주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아 보도록 할게요.


1. 왜 수리하는가?


답할 필요가 없을것 같기도 하지만 주제는 중요하니까요.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주 고장나는 기계가 뭐가 있죠? 그런 기계로 그렉 기계들이 있죠. 그렉 기계들이 고장나면 무엇을 할까요? 보통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폐기하거나, 고치거나. 물론 우리의 선택은 고치기에요. 폐기도 싼 거나 하지..아니 싼 것도 폐기하지 않죠. 그렉 기계 조합은 귀찮거든요. 싼 것이 아니라 석유 정제시설이 고장났다고 생각해 봐요. 폐기하실 겁니까? 아니잖아요! 고치는 거죠!


마인크래프트 안 하시는 분들이 이해하시려면 위 문장에서 그렉만 빼도 말이 됩니다. 여러분의 컴이 고장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버리실 겁니까? 노트북이면 어쩔수 없지만, 데스크톱은 보통 수리하러 보내잖아요. 그것도 비싼 데스크톱이면 더더더욱.


마찬가지에요. 우리 몸도 고장나면 두 옵션이 있어요. 가져다 버리거나 아니면 고치거나. 우리 몸은 은근이 잘 버리는 편이긴 합니다만 (예: 적혈구)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수리하는것을 택해요. 특히 고장이 DNA에서 발생한다면??


우리 세포들의 제1목표는 맡은바 할일을 다 하기..입니다. 하지만 DNA에 문제가 생긴다면? 야 씨발 좆됐다 야놀자를 외쳐요. 그 순간부터 세포의 최우선목표는 DNA 를 고치는거에요. 왜냐면 못 고친다면 선택지가 1. 자살하기 2. 맛이 가기 3. 암세포로 돌변하기같은 암울한 선택지밖에 없거든요.


장황한 설명이였지만, 한줄로 줄이자면 DNA의 손상은 세포와 생명체에게 크나큰 위험이므로 무슨 수를 써서든 고쳐야 한다, 가 되곘습니다.


2. 왜 망가지는가?


우리 몸의 DNA는 일단 꽤나 치밀하게 보호되고 있어요.



일단 DNA이중나선을 히스톤 (histone)이란 동그란 단백질에 둘둘 감아요. 물론 우리 몸의 DNA는 엄청나게 긴 지라 엄청나게 많은 히스톤 단백질을 써야 하죠. 이렇게 감은 다음 히스톤 단백질을 뭉쳐요. 그리고 또 뭉쳐요. 그리고 또 뭉쳐요. 그리고 또 뭉쳐요…요는 우리 세포의 DNA란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히스톤 단백질들에 둘러쌓여 보호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뭉쳐진 DNA는 세포핵에 의해 보호되고 있구요



세포핵은 세포막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나름은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만든 나쁘지 않은 보호 시스템이라는 거에요.

하지만 그래도 위험천만한 세상이라, 아쉽게도 망가질 방법은 많아요. 몇 가지를 알아 볼까요.



2-1. 자외선 (Ultraviolet Ray)


여러분 여름에 나갈떄 선크림 안 바르고 다니죠? 팔에 귀를 대어보면 피부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는걸 들으실 수 있을 꺼에요. 왜냐면 UV, 자외선은 DNA를 개발살내는데 직빵이거든요.


우리 몸의 염기서열이 ATCG로 이루어져 있다는것은 다들 아실 꺼에요. 이중 자외선은 T, 티아민 두개가 옆으로 붙어있을때 일을 터트려요. 위 그림에도 보실수 있겠지만, T 두개가 옆으로 붙어 버려요. 이럼 안 되는 거거든요. 그냥 붙어 있기만 한다면 그래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나중에 DNA 복제를 할때 터져요.


DNA를 복제하는 중합효소가 차근차근 염기들을 복제하면서 다가와요. 그리고 이 T 두개가 붙어있는 곳에 와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어매 시벌 이게 뭐래? 한 다음 그냥 건너뛰어요. 그래요. 여기서 복사된 여러분의 DNA는 자외선으로 인해 이어진 T 두개가가 아예 사라진 상태가 되어 버리는 거에요.


기본적인 생물을 배우셨다면 알곘지만, 우리 몸은 DNA를 이용해 RNA를 만들고, RNA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들어요. RNA의 염기가 어떤 식으로 나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어떤 아미노산을 가져올지 결정되거든요. 예를 들어 볼까요. 다음과 같은 RNA 서열이 있어요.


5’ - AGG CUU GGC AGG AGG AGG CUC – 3’


이중 염기 세개를 ‘코돈’ 이라 불러요. 부호 (Code) 거든요. 왠지는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지만, 하여간 우리 몸..그리고 대부분의 생물체들은 이런 염기 세개를 묶어 ‘코돈’ 이라 칭하고, 각 ‘코돈’ 에 따라 지정된 아미노산을 가져와요. 위 RNA서열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읽으면,


‘트립토판-페닐알라닌-시스테인-트립토판-트립토판-트립토판-페닐알라닌’ 아미노산을 차례데로 연결하시오.


같은 뜻이 되는 거에요. 왜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 가서 생물1을 들으세요!


헌데 자외선이 T 두개를 작살냈다고 해 볼까요. DNA의 T는 RNA의 U에요. DNA 중합효소가 복사를 하다가 T 두개를 발견해요. 씨부렁거리면서 그냥 넘겨 버려요. 이 다음에 RNA 중합효소가 와서 RNA를 만들었어요. 이제 이 RNA로 단백질을 만들어 볼까요?


5’ - AGG CGG CAG GAG GAG GCU C– 3’


보시다시피 T 두개가 이어진 부분, 즉 U 두개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에 따라 다음에 오는 염기들이 전부 다 왼쪽으로 두칸 움직였어요.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좀이나 아미노산을 가져오는 tRNA는 U 두개가 사라진걸 전혀 몰라요. 따라서 이렇게 완전히 뒤바뀐 서열을 일반적인 코돈이라 인식하고, 다음과 같이 읽어 버려요.


‘트립토판-트립토판-(멈춤)-(멈춤)-(멈춤)-세린’ 아미노산을 차례대로 연결하세요.


여기서 ‘멈춤’ 이라는 뜻은, 저 염기서열 세개, 즉 코돈이 멈춤 코돈이라는 뜻이에요. 즉 리보좀과 tRNA가 아미노산을 이어붙이다가 이 ’멈춤 코돈’ 에 도달하면, 아미노산을 만드는걸 그만 두어요. 정상적인 상태라면 단백질 생성 완료! 이제 만들어진 단백질을 놓아 주세요!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거죠. 헌데 이 경우에는, 자외선이 T 두개를 붙이고 따라온 중합효소가 붙어진 T 두개를 날려 버림으로서 원래 트립토판-페닐알라닌-시스테인 이 들어갈 자리를 트립토판-트립토판-(멈춤)으로 바뀌어 버렸어요. 당연히 이게 정상적인 코돈이 아니라는걸 모르는 리보좀은 멈춤 코돈에 들어가는 순간 생성을 멈춰요.


무슨 뜻일까요? 이 염기서열이 지정하던 단백질이 무엇이던간에, DNA가 손상됨으로서 이제 여기서 맛이 간 단백질이 나오게 된다는 거에요. 반쯤 만들다가 만 단백질이 제대로 된 단백질일 리가 없겠죠?


아니, 멈춤 코돈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마찬가지에요. 위에 보시면 코돈들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멈춤 코돈이 아니라 다른 아미노산이 들어간다고 가정해 봐도,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이 완전히 뒤바뀐 단백질이 되어 버리는 거에요. 분자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철칙중 하나가, 단백질은 그것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에 의해 정의된다에요. 단백질이 어떤 생김새를 취할지, 세포의 어디서 일할지, 세포막으로 돌진할지 등등 단백질의 역할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에 의해 결정돼요. 당연히 아미노산이 바뀌면 단백질도 바뀌어요. 맛이 간 단백질이 되는 거고, 그 단백질이 하던 일들은 전부 망가지는 거죠.


이 변이가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DNA에 일어났다면 그럭저럭 넘어갈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변이가 좀 중요한 곳에서 일어난다면? P53를 만드는 DNA에서 일어난다면? 피부암이에요.


선크림 바르고 다니세요.


아, 더 쓰려고 했는데 늦었네. 다음에 쓸게요. HAYO!

 

옹코진과 튜머 서프레서 – 고것들은 무엇인가?

옹코진 -1-

 

옹코진과 튜머 서프레서. 생물학, 특히 유전자 쪽을 조금 파 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이나마 듣거나 읽어 보신 적이 있는 말들일 겁니다.

 

옹코진 (oncogene): 발암 유전자

튜머 서프레서 (Tumor Suppressor): 종양억제인자

 

한번에 감이 오시지 않습니까? 캬! 옹코진은 개새끼들이고 튜머서프레서는 갓갓유전자구나! 맞습니다. 아니 절반쯤만 맞다고 해야 할까요. 튜머 서프레서들은 갓갓 유전자가 맞습니다. 암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는 최선봉…아니 마지막 디펜스인가…그런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옹코진들도 항상 나쁜건 아니였습니다. 수천만년에 걸친 진화는 인간을 나름 지구에서 살 만하게 적응시켰고, 그렇게 나쁜 유전자들이 우리 몸에 있었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넘어갈 때부터 빠졌겠죠. 암을 유발하는 옹코진들은 사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유전자가 변이를 통해 옹코진으로 변한 것들입니다. 이 옹코진이 되기 전 단계의 정상적인 유전자들을 프로토-옹코진 (Proto-Oncogene) 이라고 하지요. 옹코진 프로토타입..같은 개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프로토-옹코진들은 우리 몸에서 정말정말 중요한 유전자들중 하나랍니다. 없으면 죽어요. 튜머 서프레서가 없어도 죽고요. 아! 인간의 몸은 어찌 이리 약한 것인그아아아악!

 

 

프로토 옹코진들 (Proto-Oncogene)

프로토-옹코진 유전자들은 우리 몸의 세포 분열, 세포 성장, 자살 억제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영원한 것들이 아니죠. 여러분의 피부세포 – 지금 여러분이 잡아당기는 그 피부의 가장 겉면은 이미 죽은 세포들이니, 그 아래에 있는 싱싱한 세포들을 말합니다 – 들은 2-3주 정도 살다가 죽습니다. 우리 몸의 백혈구 군단의 병사 포지션, 즉 대부분을 차지하는 뉴트로필 (호중구, Neutrophil) 은 2-3일 정도 살다가 죽죠. 병균을 만나면 자폭돌격을 하는 애들이니 감기라도 걸리셨다면 그야말로 하루살이들입니다. 장교 포지션인 대식세포들 (마크로파지, Macrophage) 은 수 개월, 적혈구는 120일, 위장벽 세포들은 2일, 췌장 세포는 1-2년, 뼈 세포는 30년을 삽니다. 그리고 세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빈 자리를 채워야겠죠!

 

 

따라서 우리 몸의 세포들은 분열합니다. IPMAT의 다섯 스테이지, 공부해 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I단계에서 세포는 자신의 삶을 삽니다. 췌장 베타세포라면 열심히 인슐린을 만들어 날릴 것이고, 간세포라면 여러분이 맨날 드링킹하시는 설탕을 저장하기 위해 분주할 것이고, 위장세포라면 끔찍한 위장산에 맞서 위장벽을 보호합니다. 분열의 시기가 다가오면, 세포는 벌크업을 합니다. 크기가 커지고, 세포 구성물을 두배로 딱딱 늘리며, DNA도 잔뜩 전사해 두 배로 늘립니다. P 단계에서 두배가 된 DNA가 세포 정중앙으로 이동하고, M단계에서 오와 열을 맞춰 중앙에 나열하며, A단계에서 분리되고, T에서 세포가 둘로 쪼개집니다. 세포가 하나에서 두 개가 된 것입니다. 말로 하니 정말로 심플해 보입니다만, 이 세포 분열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갈수 있는 이유이며, 박테리아가 미친 듯이 증식하는 이유입니다. 쉽게 말해, 세포 분열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의 기적입니다.

 

P53 관련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만큼 우리 몸은 셀수 없을정도로 많은 단백질과 효소들을 세포분열에 투입합니다. 수십 군데에서 검문이 이뤄지는데, 세포가 충분히 컸는지, 새포 구성물질은 충분한지, DNA는 충분한지 등 여러 곳에서 이 세포가 과연 분열과정을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는 전제로 검문합니다. 통과된 세포는 분열을 시작하죠. 통과되지 않은 세포는 자살합니다. 정확히는 자살을 명령받는…대충 사약을 받는..그런 것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프로토 옹코진들은 이 과정에서 분열을 촉진하는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프로토 옹코진이 없으면 여러분의 세포를 분열하지 못할 것이요 여러분은 태어나지도 못합니다. 태아가..아니 수정체가 되지도 못할 테니까요.

 

또 다른 프로토 옹코진들은 유전자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 TF), 신호전달물질 (Signal Transduction Factor, STF) 들이기도 합니다. 세포가 분열하라는 신호를 받으면, 신호전달물질이 그 신호를 세포핵으로 전달하고, 그 신호에 반응하는 전사인자들이 DNA에 들러붙습니다. 전사인자들이 우르르 몰려있는걸 본 RNA 중합효소가 DNA에 붙어서 RNA를 만들고, 만들어진 RNA는 리보솜으로가 단백질이 됩니다. 그런 단백질들이 분열을 촉진하는..그런 위대한 순환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옹코진들의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시면..무엇인가 쓸모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지식이 느는 것이죠!

 

 

RAS 유전자

GTPase (GTP아제 – GTP를 GDP + 인산으로 분해하는 효소) 인 Ras 단백질을 만듭니다. 세포분열의 가장 중요한 축중 하나인 MAPK/ERK 회로를 시작하는 중요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EGFR수용체가 EGF (External Growth Factor, 표피증식인자) 에 반응한 후 활성화되며, 활성화된 Ras는 MAPK/ERK회로의 마스터 스위치로 기능합니다. Ras -> Raf -> MEK -> ERK 로 이어지는, 계단폭포처럼 단계단계단계마다 증폭되는 교과서 그 자체처럼 아주 모범적인 신호전달회로인 MAPK/ERK회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요한 단백질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APK/ERK_pathway#/media/File:MAPKpathway.jpg)

MAPK/ERK회로의 단면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회로 멤버들인 EGFR도, Ras도, Myc도 NFKB도 모조리 옹코진입니다. 맨 마지막에 c-fos 보이시나요? 세렌이 한때 포스인자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글을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얘도 옹코진입니다. 회로 멤버니까요. 이 회로를 빼놓고 암을 논할수 없을 정도.

 

 

소닉 헷지호그 (Sonic Hedgehog, shh) 유전자

아니 얘가 아니라.

재밌는 유전자 이름하면 단골로 오르는 헷지호그 시리즈지만, 하는 일은 막중합니다. 소닉 헷지호그 단백질이 중심이 되는 소닉 헷지호그 회로는 태아 상태일때 줄기세포가 제대로 할일을 하는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돕습니다. 손가락 발달에도 참여하는지라 헷지호그가 없었으면 여러분은 손가락이 10개나 15개였을 수도 있겠네요. 뇌에서는 또 특별한 일을 하는데..

Holland E, Huse J. Targeting brain cancer: advances in the molecular pathology of malignant glioma and medulloblastoma. Nature Reviews Cancer volume 10, pages 319–331 (2010) doi:10.1038/nrc2818 http://www.nature.com/nrc/journal/v10/n5/fig_tab/nrc2818_F4.html

 

뇌세포인 뉴런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돕는 필수적인 보조 세포인 신경아교세포 (Glial Cell) 이 증식하는 것을 돕습니다. 증식에 관여하는지라, 헷지호그가 맛이 간다면 수모세포증 (Medulloblastoma) 소뇌의 암에 걸리게 됩니다.

 

 

오로라 A 유전자 (Aurora A)

D’Assoro Ab et al. The mitotic kinase Aurora--a promotes distant metastases by inducing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in ERα(+) breast cancer cells. Oncogene 10, 599-610 (2014) https://www.ncbi.nlm.nih.gov/pubmed/23334326

 

위에 세포분열 사이클에서 DNA들이 세포 정중앙에 오와 열을 잡아야 한다고 썼었습니다. 사실 DNA가 아무런 도움도 안받고 저기로 가서 알아서 줄 서는건 저얼때 아니지요. Spindle Fiber, 스핀들 파이버 혹은 방추사라고 하는 실같은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오로라 A 유전자가 만드는 오로라 A 카이네이즈가 중심이 되는 오로라 회로는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세포분열 맨 마지막에서 세포가 반으로 갈라질때도 오로라 A가 관여합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렇게 세포분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오로라 A가 맛이 가면 분열도 맛이 갑니다. 암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남성의 전립선암과 여성의 유방암이 전이되는 것에 오로라A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어지고 있네요.

 

 

노치 (Notch) 유전자

Lobry C. et al. Notch signaling: switching an oncogene to a tumor suppressor. Blood 16, 2451-9 (2014) https://www.ncbi.nlm.nih.gov/pubmed/24608975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그 인간…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노치 회로는 거의 모든 다세포 생명체들에서 발견되는 끝내주게 중요한 회로입니다. 눳치가 없으면 뇌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심장 발달, 췌장 세포 분화, 조혈모줄기세포 발달, 면역체 발달, 헷지호그 회로 가동 등 생명체의 발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회로입니다. 대부분의 이 기능은 세포 분화, 세포 분열 등이 필요하고, 그것들에 큰 역할을 하는 눳치가 옹코진중 하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것들 외에도 포스인자/준인자 (Fos/Jun) 의 더블 옹코진 패밀리, 사이클린 D (Cyclin D), Akt/PKB 신호 회로, 베타카테닌/윈트 (β-Catenin/Wnt) 회로, (Myc) 등 수많은 옹코진들이 있습니다만, 고것들을 다 쓰려면 세렌은 절때 퇴근하지 못할 것이므로 지금은 이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몇개 더 써 보도록 할게요.

 

 

프로토 옹코진, 옹코진이 되다!

위에서 보았듯이, 프로토 옹코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엄청나게 필요한, 대단히 쩔게 중요한 그런 유전자들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프로토 옹코진들이 옹코진으로 변하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생명체가 지구에 꿈틀대기 시작한 때부터 진화를 책임진 자연의 진리, 즉 유전자 변이죠.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Ras 단백질을 예로 들어 볼까요.

 

Prior I et al. A comprehensive survey of Ras mutations in cancer. Cancer Research 72, 2457-2467 (2010)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354961/

 

Ras단백질은 약 ~190 개 정도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여져 있습니다. 단백질 중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편에 속하네요. Ras패밀리는 HRas, NRas, KRas라는 세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셋 다 마그네슘/DNA 염기와 반응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지도에서는 보라색으로 표기된 곳이네요.

 

다른 옹코진들처럼 Ras단백질 또한 굉장히 섬세하게 제어를 받고 있습니다. 세포가 분열을 하려면 일단 세포 내에 에너지가 많은 상태여야 하고, GTP는 ATP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의 에너지를 퍼먹는 곳에 자주 쓰이는 물질이죠. 대충 GTP를 꽉찬 에너지 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Ras단백질은 전력을 아주 많이 먹는 기계 정도로 생각해 보죠. 그렇게 생각할 경우 저 보라색 부분은 에너지 셀이 기계에 전력을 공급하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뭔가 큰 작업을 하실때 전력이 부족한데 하시진 않을거 아닙니까? 충분히 전력이 생길 떄까지 기다리겠죠. 전력이 부족하면 GTP가 부족하고, 따라서 저 보라색 부분에 GTP가 붙어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전력도 없는데 전력 퍼먹는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는 것 처럼요. Ras는 작업을 중단하고, 세포는 성장을 멈춥니다. 헌데 전력이 많다면? 기계를 켜야죠. GTP가 많아지고, GTP가 Ras에 붙으면 비로소 Ras가 활성화되어 세포 분열까지 이르는 장대한 MAPK/ERK 회로를 작동시키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필요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듯이, 분열할 필요가 없으면 Ras는 꺼진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일개 단백질 주제에 꽤나 세세하다구요? 맛이 가면 큰일나는 단백질인데 당연한 것일듯 싶습니다.

 

Ras같은 프로토-옹코진들이 옹코진으로 변하는건 대부분의 경우 이 제어 시스템의 망가짐으로 인해 일어납니다. 위 지도를 보시면 보통 검정색으로 표기된 아미노산중 빨간것들이 있습니다. 이 빨간 글씨들은 이 아미노산의 변이가 Ras단백질의 폭주를 일으켜 옹코진으로 만든 사례가 있음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저 아미노산이 변이되면 Ras가 맛이 갈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저 빨간 글씨는 보라색 부분에 유난히 집중되어 있죠. 보라색 부분이 Ras단백질의 온오프를 결정하는 부분인 만큼, 보라색 부분의 아미노산이 변이하면 제어 시스템이 맛이 간다는 뜻입니다.

 

옹코진들의 경우, 대부분의 변이는 옹코진을 폭주시킵니다. 예로 보고된 Ras옹코진의 변이는 거의 항상 제어가 풀린 Ras가 끊없이 세포분열을 촉진시키는 것이 되겠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변이하니 쓸데도 없는 세포가 무시무시하게 많아지고, 망가진 Ras을 가진 세포가 분열하면 그 자식세포들도 마찬가지로 Ras가 맛이 가 있을 테니 기하급수적으로 어마무시한 분열을 시작하는 것이죠. 종양과 암의 시작입니다. 비슷한 예로, Bcl2 프로토-옹코진은 세포의 자살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 역할은 혹시라도 실수로 자살해버리는 세포를 막기 위해 작용하는 것이지만, 옹코진이 된 Bcl2는 p53등의 세포자살유도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려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게 막습니다. 역시 암의 시작입니다.

 

물론 한 개의 프로토-옹코진이 옹코진으로 변신한다고 해서 100% 암이 되는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안전에 관해서면 편집증적일 정도로 보수적이라, 이중 삼중의 보호장벽을 치고 있지요. 저번에 알아본 p53과 같은 튜머 서프레서, 종양억제인자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글은 이미 글었으니, 다음 시간부터 알아보도록 할까요. 그때까지 안녕히!

 

 

 

 

 

헤모라이시스 테스트 (용횰시험)
세균을 양의 피로 만든 배양지 (sheep vlod agar - 양 혈액한천배지) 에 배양하여 세균이 적혈구를 개발살내고 그 안의 히모글로빔을 부술수 있는지 확닌한다.
적혈구를 팧기할수 있은 새균의 경우 주변의 붉은색이 투명한 색으로 바뀐다 (베타). 위 사진의 경우 주변이 바뀌지 않았으므로 감마 레모라이시스라 부른다.
당연하겠지만 적혈구를 부술 수 있능 세귬은 모ㅛ 부수는 세균보가 아마 좀더 위험할 거ㅛ이가. 항생제 내성으로 악명높은 황색포도상규균 (s.aureus), 리스테리아균 (l. Monicytogenes) , 롸농연쇄상규균 (s.pyogebes), 가스괴저균 (c. Perfringes) 등긍 쟁쟁한 균글이 여기 곡한다.
참고 로 세균이 적혈구를 부숴 먹으려는 이유는 헤모글로빈 속의 헴기 (heme) ㅁ대문이다. 헴기는 철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생물에게 철은 인간에게 금 정도의 가치를 갖는다. 즉 철을 얻으려 날뛴다. 철이 풀족해야 숙주를 감염시킬수 있다! 같은 거ㅛ...즉 혈구를 부수면 철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 이득님 것. 못 부ㅛㅜ는 찐따 감마균들은 철을 다르게 조달해야 한다.
대장균, 표파포도상구균, 페렴간귱, e. Faecslud bcc 같은 균글이 감마에 속한가.

(http://www.biology-questions-and-answers.com/the-immune-system.html)

 

허구헌날 감기 걸리고 아프고 대상포진 걸리느라 (예: 무스탕)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이 살아 있다는게 바로 그 증거죠. 감기에 걸렸던 조금 더 아픈 병에 걸렸던, 면역체계가 어찌되었건 작동하고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살아가는데스.. 뭐 그런 겁니다.

간단히 이야기를 해 보자면, 바이러스, 박테리아, 독소 등 몸에 좀 안좋은게 몸 속으로 들어올 경우, 면역체계는 바로 대응에 들어갑니다. 대응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중요한 한 갈래를 차지하는 것들이 바로 B-림프구 혹은 B-세포라고 하죠. 이 B세포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항체 (Antibody) 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https://med.virginia.edu/antibody-engineering-technology/services/antibody-production/)

 

대충 요렇게 Y-모양으로 생겼습니다. Y의 갈라진 부분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등을 인식해서 달라붙는 곳.

 

바이러스나 독소 같은게 들어오면, B세포들이 이걸 알아채고 이에 알맞는 항체를 만들어 내보냅니다. 만들어진 항체는 독소나 바이러스의 표면에 달라붙어서 무력화 시키거나, 잔뜩 달라붙어 다른 백혈구들에게 집어 삼키라는 신호를 주거나, 바이러스 주변 공간을 완전히 파괴해 (=여러분의 세포들도 같이 개발살나는 자폭사태) 나쁜 것들을 처리하거나 하게 됩니다. 이게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 걸리기에, 일단 병에 걸렸을 경우 처음 몇일간은 답이 없죠. 감기든 뭐든 일단 걸리면 무조건 몇일간은 아픈 이유가 이것입니다. 알맞는 항체가 나오기까지 몇일 걸리기에 초반은 체력과 깡과 의지^^ 등 자연면역으로 버텨야 하고, 항체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을 몸이 버티지 못할 경우 (예: 파상풍)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꽤 있죠.

 

오늘 써볼 것은 이 항체에 대해서입니다.

 

휴-먼은 인생을 살면서 참으로 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독소 등을 만납니다. 이것들을 통틀어 면역 반응을 이끌어내는 항원이라 부르죠. 감기만 해도 매년 수십종의 다른 바이러스가 찾아오고 (맨날 감기에 걸리면서도 일년 뒤에 또 걸리는게 이것 때문입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항상 달라지기 때문), 손톱 한번 깨물때마다 수백 수천종의 박테리아가 몸으로 들어가고, 공기에도 미세먼지에 포함된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면역반응을 이끌어내죠. 대충 수로 환산하면 일생동안 천만에서 몇 억개의 항원을 만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이 모든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으면 파상풍을 예방하는 항체를 만들고, 감기에 걸리면 그를 막는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대부분의 경우 항체가 만들어지면 거의 일생 동안 가기에,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고 그에 따른 항체가 만들어졌다면 일생동안 그 병에 다시 걸릴 염려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방접종의 원리가 이것). 우리 몸은 살아가면서 억 개의 병원균, 바이러스, 화학물질을 만나고, 몸도 이에 따라 최소 억 종류의 항체를 만들어 방어합니다. 최소라고 한 이유는 한 항원에도 수천 개의 서로 다른 항체가 만들어져 방어할 수 있기 때문. 예를들어 감기에 걸리면 그 감기 바이러스를 잡아낼 수 있는 항체만 수천에서 몇만 종류를 만들어 방어합니다.

 

즉 일생 동안 우린 정말 셀수없는 종류의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낮게 잡아서 1경 개, 10의 16승 (1016) 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숫자입니다.

 

이게 밝혀지고 나자 하라는 연구는 안하고 맨날 쌈질이나 쳐하길 좋아하는 생물학계에서는 또 싸움판이 터졌습니다. 왜일까요?

 

항체는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RNA에서 만들어지고, RNA는 DNA에서 나오죠. 이때 생물학의 중심을 잡고있던 이론은 바로 센트럴 도그마, DNA에서 RNA가 나오고, R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이론. 더 자세하게, 한 유전자는 한 RNA를 만들고, 한 RNA는 한 종류의 단백질을 만든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럼 문제가 되죠. 항체 단백질 1경 개를 만드려면 유전자가 당연히 1경 개가 필요할 텐데, 인간 유전자는 길게 잡아도 15000-20000개 밖에 되지 않거든요! 물론 이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는 유전자의 숫자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사태였지만 (DNA 염기서열이 딱 30억개 정도 된다는 것도 근래에 밝혀진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경 개의 유전자는 이해가 안 가는 숫자였거든요. 유전자 크기가 작게 잡아도 염기서열 몇천개는 잡아먹으니, 인간 유전자의 길이가 몇 해 (1020) 에 달한다는 황당한 결론이 나왔고. 아무리 아닌것 같다, 는 생물학자들이 많았습니다.

 

이 시기 면역학계는 두 패로 갈라져서 싸웠는데, 한 패거리는 생식세포 유전자설(Germline Theory) 을 밀었고, 다른 패거리는 체세포돌연변이설 (Somatic Mutation Theory)를 밀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생식세포파는 그래! 1경 개의 유전자가 우리 몸 속에 있다! 는 파였고, 체세포파는 유전자는 얼마 되지 않는데 전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이렇다는 이론을 밀었습니다. 그리고 한 20년간 서로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두 이론을 검증하기엔 아직 기술이 부족했거든요.

 

http://www.biolegend.com/making_antibodies

 

다시 보는 항체. Y처럼 생겼죠? 저 Y의 갈라진 부분이 항원을 인식하고 달라붙는 부분이고. 이 갈라진 부분을 Variable Region, 혹은 가변 영역이라 부릅니다. 아래 쭉 뻗은 부분은 불변 영역, 혹은 Constant region. 이중 가변영역은 V, D, J 라는 세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면역학자들은 – 체세포파든 생식세포파든 상관없이 – 유전자 하나가 항체 하나를 통쨰로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상식이였으니까요. 단백질 하나당 유전자 하나. 체세포설 파도 그건 부정하지 않았지만, 생식세포파가 모든 항체단백질은 각각의 대응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한 반면, 체세포파는 유전자 수는 적당히 적은 대신, 그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른 단백질을 만든다고 믿은 거죠.

 

20년쯤 후 좀더 제대로 DNA 염기서열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게 되고, 항체 단백질의 유전자를 파악하기 위해 이걸 써본 면역학자들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일단, 생식세포파의 생각과는 다르게 각 항체에 해당하는 모든 유전자가 있는건 아니였습니다. 당연하죠. 1경 개의 유전자인데요. 하지만 체세포파도 믿은 것처럼 한 유전자가 한 단백질을 만드는 것도 아니였어요.

 

http://nfs.unipv.it/nfs/minf/dispense/immunology/lectures/files/bcell_tcell_development.html

 

알아본 결과, 가변영역을 만드는 VDJ는 각각 다른 유전자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즉 한 유전자 = 한 단백질의 공식이 깨진 최초의 사례였어요. V유전자, D유전자, J유전자, 그리고 불변영역을 만드는 C유전자는 각각 머~~~~~얼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한 몇만 염기서열씩요.

 

그러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떨어진 것들이 어떻게 단백질 하나를 만들지? 각각 다른 단백질이 달라붙은 건가? 그것도 아니였습니다. 헤모글로빈 처럼 단백질 하나가 여러개의 작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경우 쉽게 알아볼 수 잇거든요. 하지만 항체는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니였습니다.

 

또 다른 질문. 아무리 봐도 유전자 수가 좀 적어요. V유전자 약 40개, D유전자 약 25개, J유전자 약 10개, C는 1개에서 8개. 게다가 VDJC가 일렬로 있는것도 아니고, V는 V끼리 뭉쳐 있고, D는 D끼리 뭉쳐 있는 식.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항체가 나올 구석이 안 보인다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과학자들은 아니였으니.. 또 몇 년이 흐르고, 드디어 좀 윤곽이 잡히기 시작헀습니다. 그리고 다들 경악했지요. 면역체계가 얼마나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닳았거든요.

 

항체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조합.

 

http://nfs.unipv.it/nfs/minf/dispense/immunology/lectures/files/bcell_tcell_development.html

 

V유전자를 하나 고르고, D유전자를 하나 고르고, J유전자를 하나 골라 사이에 있는 DNA를 뚝 자른다음 붙여넣기 하는게 바로 그 방법이였습니다.

 

http://andreagauthier.com/images/VDJrecombination_fullsize.jpg

 

모든 혈액세포는 HSC (Hematopoietic Stem Cell) 라는 줄기세포에서 시작합니다. B세포는 세포 분화의 끝자락이라 할수 있지요. B세포가 생성되서 성숙해가기 시작할 무렵, 각 B세포의 유전자는 V, D, 그리고 J를 하나씩 고릅니다. RAG1,2 이라는 단백질이 와서 먼저 V랑 D의 끝자락을 붙잡고 가운데에서 만나게 끌어 오지요. 실을 양쪽에서 붙잡고 한 곳으로 모으면 가운데 고리가 생기잖아요? DNA도 마찬가지로 고리가 생기는데, 이 고리를 쿠- (Ku) 라는 쌍단백질이 붙잡아 안정화 시키고, 아르테미스 (Artemis) 라는 단백질이 와서 잘라 버리며, 잘린 부분은 DNA 라이게이스 (DNA Ligase) 가 와서 이어붙입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D)J_recombination-diagram3.svg

 

즉 이렇게. 진짜 그냥 잘라 붙이기에요. V2랑 D2, J1이 이어지면서 그 사이에 있던 V3유전자, D1유전자는 잘라서 버리는 거죠. 이 작업을 통틀어 VDJ 리콤비네이션 (VDJ Recombination) 라 부릅니다. 아까 V가 40, D가 25, J가 10개 정도 있다고 했고, 아무 V나 아무 D, J랑 조합할 수 있으니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도 40 * 25 * 10 = 10000, 유전자 75개 정도로 1만개 정도의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http://www.biolegend.com/making_antibodies

 

이 사진을 다시 보시면, 항체의 Y의 갈라진 부분은 사실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실 수 있어요. 초록색이 큰 단백질인 중사슬 (Heavy Chain), 밤색이 좀더 작은 단백질인 경사슬 (Light Chain). 경사슬과 중사슬이 하나씩 모여서 항원을 인식하는 공간을 만들고, 연사슬도 비슷한 조합을 거칩니다. 경사슬의 경우 D가 없으니 그냥 Vj 조합인데, 연사슬은 V가 약 40개, J가 약 15개 있으므로 VJ 만 해도 40 * 15 = 600개로 생각해볼수 있겠네요. 서로 다른 경사슬은 서로 다른 중사슬과 조합할수 있으니 그 조합을 생각해 보면 600 * 10000 = 600 만 개의 조합이 됩니다. 유전자 130개로 600만 개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실제로는 이 단계에서 약 천만 개의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어떤 중사슬은 D 유전자를 아예 넣지 않아버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V-D, D-J 조합을 할때, 아르테미스가 DNA를 자른 다음 이어붙이기 전에 다른 단백질 두개가 끼여들 때가 꽤 많습니다. Terminal Deoxynucleotidyl Transferase, 줄여서 TdT, 한글로 말단 데옥시뉴클레오티딜 전이 효소 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단백질과 DNA 잘라내는 엑소누클레이즈 (Exonuclease) 둘이죠.

 

https://quizlet.com/94093512/b2-immunology-flash-cards/

 

간단하게, 잘려진 두 DNA 사이에 TdT는 끼어들어서 염기를 몇개 더 추가합니다. 한쪽이 AAT, 다른쪽이 CGG로 끝났다면 TdT가 작업하고 난 다음엔 AATCACA, 다른쪽은 AGGTACGG인 식. 완전 랜덤한 방식으로 염기를 추가하고, 몇개가 추가되는지도 지맘대로인 정신나간 효소입니다.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immu.2015.00157/full

TDT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Insertion 이 TdT가 추가한 염기들입니다. 패턴 없이 그냥 무작정 추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엑소누클리에이즈는 으르렁..대는게 아니라 TdT와는 반대로 염기서열들을 몇개 제거하구요.

 

이러다 보니 이 단계에서 다양성은 끝이 없게 불어납니다. 최소치로 잡아도 1016 으로 불어나는데, 사실 TdT가 일하는게 아무런 제약이 없다보니 이론상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도 가능하지요. 항체의 다양성이 밝혀지는 순간이였습니다. 과학자들은 뒷목을 잡았죠. 아니 우리 면역체계가 이런 정신나간 놈들에게 휘둘리고 있었단 말인가??

 

몸 안에 있는 모든 B세포들은 각자 다른 VDJ 조합과 각자 다른 TdT의 활동을 통해, 모든 B세포가 각각 자기만의 특별한 항체를 가지게 됩니다. 아무런 항원이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똑같은 항체' 라는건 절때 있을수 없는 일이죠. 두 B세포가 똑같은 항체를 가질 확률은 0이나 마찬가집니다. 이렇기에, 어떤 항원이 들어오건 우리 몸은 그 항원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가진 B 세포가 꼭 있습니다. 맞아요. 에볼라 바이러스던 파상풍이던 복어독이던 우리 몸은 그 항원을 찍어누를 수 있는 항체가 이미 있다는 뜻입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해서 우주에 있는 그 어떤 화합물이던 독이던 외계인 단백질이건 우리 몸은 반응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에 걸맞는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즉 병에 걸렸을때 처음 아픈 5-7 일은 그 그 항원에 걸맞는 항체를 가진 B세포를 찾고, 그 세포를 증식시켜서 항체를 잔뜩 만드는 단계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몸은 그 항체를 만들수 있는 설계도만 가지고 있는 상태라, 항체를 찍어낼 수 있는 공장을 만드려면 먼저 그 설계도를 가진 B세포를 찾아 분열시켜야 하거든요. 예방접종이란 그 항원을 우리 몸에 먼저 보여줘 공장을 미리 짓는 식 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반대로 예방접종이 없을 경우 공장 만들다 몸이 먼저 gg를 치는 상황이라는 거죠. 항원을 발견하고 분열 도중 또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욱 강력한 항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

 

 

 

 

여기에 한가지 더.

 

생물학자들은 VDJ 조합을 통한 다양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전자 수백 개로 단백질 수천억 개를 만들어내는 그 능력도 능력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과정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밖에 할수 없기 때문이였습니다.

 

http://www.dnareplication.info/

 

우리 몸은 유전자를 대단히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특히 세포분열 같이 DNA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경우. DNA를 복사하는 중합효소부터 엘리트 교육을 거친, 실수 안하기로 유명한 효소이며 (DNA polymerase III), 그 효소가 한 천만개에 한번 정도 하는 실수를 막기 위해 따로 복사한 DNA를 검토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파내고 새로 채워넣는 단백질들을 잔뜩 투입합니다. 이 경우 10억개에 한개 정도의 꼴로 문제가 나고, 염기가 30억개니 DNA를 전부 복사하면서 세개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죠.

 

이처럼 세포가 DNA의 보존에 안간힘을 쏟는 이유는, 그 세개 정도로도 우린 죽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낭포섬 섬유증, 겸상 적혈구성 빈혈증, 테이삭병, 색맹증, 수많은 암까지 단 한개의 염기가 영 안 좋은 곳에서 변이할 경우 무시무시한 병을 가져올 수 있죠.

 

하지만 B세포의 항체생성은 유전자를 직접 가지고 잘라 붙이기까지하는 미친 난이도의 작업이면서도 이런 보호 시스템이 하나도 없습니다! 투입하는 TdT는 아무 생각 없이 염기를 던져대는 돌대가린데다가 나중에 항원이 들어오고 분열할 때도 의도적으로 실수를 아~주 많이 하는 낙제생 중합효소를 사용합니다. A가 들어갈 자리에 C를 던져넣는다거나 하는, 문제를 일으켜서 변이를 더욱 가속화해 더 다른 항체를 만든다는 목적이지요.

 

의도는 좋습니다만 당연히 그에 따른 댓가도 지불해야 하는게 강철의 연금술사..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 수많은 변이와 의도적으로 실수를 하게 설계된 이 작업들은 정말 많은 수의 소위 쓰레기 림프구를 만들어냅니다. 만들어낸 항체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가 하면, 기껏 항체를 만들었더니 우리 몸의 세포를 적으로 인식할 때도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의 한 갈래이죠. 최악의 경우 좀더 멋들어진 항체를 만들려 노력하던 세포가 맛이 완전히 가 암세포로 돌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몸도 완전히 손 놓는건 아니라 p53를 위시한 수많은 항암단백질들이 이곳을 돌아다니긴 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원래 변이를 억제하는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과는 달리, B세포들은 원래 변이를 유도하는 세포들이라는 것. 백혈병이 드라마에도 심심찮게 튀어나올 만큼 흔하고 위험하고 종류가 다양한 암인 이유가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균이나 바이러스를 만날지 예측할수 없던 우리 몸은 그냥 처음부터 모든 것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짰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시스템은 참으로 경이롭고 강력하지만, 반대로 폭주해 몸을 파멸로 몰고갈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등가교환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로도 피해갈 수 없던 모양입니다.

 

끝!

 

 

 

 

The Inner Life of the Cell

세포의 삶

 

※주의: 본 영상은 과도한 생물뽕을 유발해 자연과학이라는 아주 배고픈 길로 인도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끝없이 파고든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뭔가 보여야 흥미를 갖던 말던 하죠. 하물며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 세포, 그리고 그 현미경으로도 제대로 보일까 말까 하는 세포 속의 소기관들, 단백질들, 핵산들로 내려가면 말할 것도 없죠. 책을 보면 휘황찬란한게 DNA가 어쩌고 RNA가 어쩌고 이 염기가 G로 바뀌면 테이삭 증후근이 발동되고~~ 라고 써 있어도, 막상 그것들을 보여줄 영상 자료들은 대학교 교재에도 몇 없습니다. 이미 정립되고 넘어간 이론이기에 '그냥 그런 거다' 로 받아들이고, 그러다 보니 이미 이 필드에서 구르고 닳은 사람들은 별 상관 없지만 막상 생물학의 길로 들어오는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냐 말입니다. 뭐, 이건 화학, 물리학, 생화학 등 자연과학쪽은 대부분 해당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과학, 그리고 생물학쪽과 컴퓨터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당장 세렌만 해도 실험하는 것보단 실험 결과를 컴퓨터 붙잡고 분석하는데 시간을 더 오래 씁니다. Chip-seq등의 한번만 해도 천달러씩 깨지는 실험이 끝나고 나면 돌아오는 것들은 몇 GB 분량의 데이터들이고, 그걸 붙잡고 통계를 내는 사람들은 생물학자이면서 프로그래머들인 바이오인포매티션들이죠. 분자생물학은 이름에 어울리게 단백질, 핵산 등 수많은 '분자' 들을 다룹니다. 문제는 여기서 공부하는 단백질들이 대부분 무시무시하게 무겁고 복잡한, 생명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질들중 하나이다보니 그 복잡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다 보니 단백질들의 구조가 밝혀진 것들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 현재 십만개 정도를 밝힌것 같은데, 인간의 몸만 해도 2백만 개 정도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중 뭐가 진짜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고, 과연 정말 만들어지는게 몇개인지도 모르고, 그러다 보니 오늘도 분자 구조를 밝혀내려는 과학자들 (이 분야를 '크리스탈로지' 라 부릅니다)은 3D모델링 프로그램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잡설이 길었는데, 위 문단을 한줄로 요약하면 '컴퓨터 모델링 존나중요함' 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똑소리 좀 난다는 하버드대에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 붙잡고 세포가 어쩌고 저쩌고 주절주절거리는 것 보단, 3D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게 어떨까?

그래서 한 회사에 의뢰를 했고, 그 회사는 14개월동안 머리를 굴린 끝에 영상을 하나 뽑아 왔으니, 이것이 이 글에서 볼 The Inner Life of the Cell 입니다. 보시죠.

 

  KIA

 

멋지지 않습니까? 사실 보신 분들도 많을 거에요. 2006년에 만들어졌는데, 세렌은 2008년 생물강의에서 이걸 처음 봤습니다. 보고 충격과 공포를 먹은 나머지 정신을 차려보니 분자생물학 전공을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심심할때마다 봅니다. 음악도 좋고. 요즘은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도 틀어준다고 하더라구요. 이해는 할수 없을지언정 입을 딱 벌리게 하는데는 아주 그만인 영상입니다.

 

혹시 이 영상을 보시면서 도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테니, 간략한 설명을 써 놓도록 할게요. 아시는 분들은 복습하긔.

 

* 이 영상은 백혈구 (Leukocyte)염증 (Inflammatory Response) 에 반응해 염증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0:00 – 0:12 :: 흔한 혈관 속입니다. 광속으로 지나가는 붉은 도넛들은 적혈구. 벽을 타고 굴러다니는 파란 공들은 백혈구입니다.

0:13 – 0:21 :: 백혈구가 굴러다니면서 혈관 벽의 세포들과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혈관벽 세포들의 P-Selectin 단백질 (주황색) 이 백혈구 세포막 밖에 달려있는 PSGL1 단백질과 반응하며 결합합니다.

0:22 – 0:25 :: 백혈구의 세포막, 그것도 바깥족 부분입니다. 세포막 군데군데 박혀 있는 단백질들이 보입니다. 중간에 동그랗게 떠다니는 곳은 스핑고리피드(Sphingolipid) 와 콜레스트롤로 이루어진 리피드 래프트 (지질뗏목, Lipid Raft) 입니다. 세포의 신호전달물질이 모여드는 중요한 곳으로 콜레스트롤이 몸에 필수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안 먹으면 듁어요.

0:26 – 0:29 :: 염증이 일어난 곳의 혈관막세포(내피세포, Endothelial Cell)이 세포막에 붙어있는 프로테오글리칸 (Proteoglycan) 단백질을 이용해 케모카인(Chemokine) 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세포가 SOS를 존나게 때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케모카인이 백혈구의 수용체(Receptor, 보라색) 과 접합합니다. 수용체는 대게 막관통단백질 (Transmembrane Protein) 입니다.

0:30 – 0:35 :: 백혈구 세포막의 안쪽입니다 (세포의 안쪽). 밖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세포막에 붙어있는 단백질들로 인해 내피세포가 보낸 SOS신호가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0:36 – 0:41 :: 세포막을 지탱해주는 세포골격의 모습입니다. 스펙트린 (Spectrin) 이라는 단백질이 엉켜 만든 '뼈대' 라 보시면 됩니다.

0:41 – 0:52 :: 액틴 (Actin) 이라는 단백질의 집합으로 만들어진 액틴 필라멘트의 모습입니다. 간단하게 세포의 국도(지방도로) 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0:52 – 1:04 :: 액틴 필라멘트가 만들어지는 모습입니다. 수백만개의 액틴 단백질이 한데 뭉쳐 길을 만드면..

1:03 – 1:05 :: 적절한 길이에서 특별한 자르는 단백질이 와서 끊어냅니다. 끊어져서 필요가 없어진 액틴 단백질들은 다시 뿔뿔히 흩어진 다음 다음 길을 만드는데 이용됩니다.

1:06 – 1:14 :: 튜불린 (Tubulin) 단백질들로 만드는 마이크로튜불 (Microtubule, 미세소관) 의 모습입니다. 액틴보다는 좀 느리지만 그래도 빨리빨리 만들어지고 쓸모 없으면 부숴지고. 크기로 봐서 세포의 고속도로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1:15 – 1:25 :: 미친듯한 귀여움을 자랑하는 모터 단백질들입니다. 키네신과 묘신 두 종류가 있으며 하나는 세포막 쪽으로, 하나는 센트리올 쪽으로 이동합니다. 누가 어디인지는 잊어버렸는데.. 머리에 들고 (??) 걸어가는 것은 액포(Vacuole), 안에는 수많은 단백질, 물, 그외 기타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

1:26 – 1:31 :: 세포 내의 미세소관들을 만들고 관리하는 센트리올 (Centriole, 중심립) 의 모습입니다. 보이는 파란 공들은 전부 액포. 그 밑에는 모터 단백질이 노동을 하고 있겠죠

1:32 – 1:38 :: 내피세포가 보낸 SOS신호가 수많은 단백질과 신호증폭체계를 통해 백혈구의 핵 (Nucleus)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신호를 받은 핵은 안에 간직하고 있는 DNA를 이용해 특정한 단백질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만들 단백질들의 설계도가 바로 DNA를 이용해 만든 mRNA. mRNA들이 핵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1:39 – 1:49 :: 날아오른 mRNA 에 리보솜 (초록색 공, Ribosome) 달라붙습니다. 해서 만든게 단백질 (1:47의 느끼한 노랑색)

1:50 – 1:56 :: 만들어진 단백질중 일부는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의 화력발전소 취급을 받는 미토콘드리아로 날아갑니다. 백그라운드에서 귀엽게 꿈틀거리는게 미토콘드리아입니다.

1:57 – 2:03 :: 몇 단백질은 세포 안에 남고, 몇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로 날아가고, 이제 백혈구 밖으로 뿌려댈 단백질을 만들 차례입니다. 리보솜이 설계도 mRNA를 가지고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에 달라붙은 다음 소포체에 듬성듬성 나 있는 구멍을 이용해 만든 단백질을 그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2:04 – 2:12 :: 소포체는 밖으로 뿌릴 단백질을 모아 다시 액포 (Vacuole) 을 만들어냅니다. 이 액포들은 다시 화면에 잡히는 귀요미 모터단백질을 통해서..

2:13 – 2:18 :: 세포 속의 우체국 취급을 받는 골지체 (Golgi Apparatus) 로 이동합니다. 밖으로 내보낼 단백질을 잘 숙성함과 동시에 각 단백질을 어디로 보낼지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여기서 OK사인을 받은 단백질은 다시 한번 화면에 잡히는 노예모터단백질을 통해

2:19 – 2:27 :: 백혈구 겉의 세포막과 융합해 밖으로 내보내집니다. 몇몇 단백질은 세포막에 박힌 채로 남아 있군요.

2:28 – 2:41 :: 밖으로 나온 단백질들중 인테그린 (Integrin) 단백질들 주위로 콜레스트롤과 지방질들이 모여들어 다시 한번 지질똇목을 형성합니다. 지질뗏목 위에서 인테그린 단백질들이 허리를 펴고, SOS를 보낸 내피세포 겉에 있는 I-Cam 단백질과 반응해 결합합니다.

2:42 – 2:56 :: 결합이 완성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이곳이 맞다는 것이죠. 백혈구가 세포구조를 이리저리 늘리면서 내피세포 사이 틈으로 파고듭니다. 내피세포의 벽 너머에 있는 균 종간나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위함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몸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백혈구들의 평범한 하루입니다.


PS. 영어에 문제가 없으신 분들이나 좀더 긴 버전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걸 보긔

저번에 포스에관해 쓰면서 포스계열 인자들은 세포 분열등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고 쓴적이 있다. 물론 세포분열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한 메커니즘인지라 여기에 작용하는 단백질과 효소들만 수백에서 수천종에 달하며, 역활이 완벽하게 잉여하여 다른 놈이 대체할수 있는 단백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포분열 유전자가 망가지는 것은 타 유전자들이 망가지는 것 보다 보통 훨씬 위험하다. 직빵으로 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

 

물론 수억년전부터 생명체는 우리의 마더 어스에서 살아왔고, DNA에 손상을 입는다는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았을 것이다. 아니면 몸으로라도 배웠을지도. 초창기 지구에서부터 근현대까지는 주로 태양의 저주받을 자외선 (UVA/UVB/UVC) 등이 DNA손상에 아주 큰 기여를 했고 (요즘도 그렇다. 자외선차단제 잘 바르고 다니자. 세렌은 몇일전에 DNA젤 보려다가 뚜껑 안닫고 UV를 켜서 직빵으로 맞았음 ㅜㅜ) 요즘에야 탄 음식, 담배속에 들어있는 십억가지 발암물질, 스팸에 있는 아질산나트륨 등 발암물질 천지니 사실 DNA에 아무 일 없이 멀쩡하게 살기는 참으로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암' 이라는건 절대 최근에서야 새로 발견된 병이 아니라, 대충 떄려맞춰봐도 족히 몇천만년, 몇억년전부터 있었을지 모르는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것이고, 맨날 당하던 우리 지구의 생명체들도 어떻게든 암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 보면서 진화를 했을 터이니..

 

그리하여 이번에 아주 간단하게 알아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한 유전자

 

p53

 

되시겠다. 이명은 Tumor Suppressor. '종양 억제자' 라는 꿈과 희망의 이름을 같고 있는 중요한 단백질이시다.

 

발견에서부터 족히 30년이 지난 지금, p53 에 관련된 논문과 문헌은 어림잡아 수백에서 수천장 수준. 이것들을 요약해 보면 p53 의 가장 중요한 역활 중 하나는 세포분열의 제어다. 고등학교 생물을 배운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 몸의 분열하는 세포들 (예: 피부세포 등. 뇌세포는 분열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머리를 엊어맞으면 나빠지기만 하지 복구는 안되는 이유) 은 웬만큼 성장하고 몸집을 불린 후 자신과 동일한 딸 세포 두개로 분열하는데, 이걸 세포 주기 (Cell Cycle) 이라 한다.

 

세포주기의 다이어그램. 세포들은 G1 단계에서 성장하고, 몸집을 불리고, S 단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DNA를 복제해서 한뭉치 더 만들며 (자기가 분열할 세포 두개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G2 단계에서 세포 분열이 될 준비가 됬는지 점검하고, 그후 PMAT의 유사분열 (mitosis) 를 통해 두개의 세포로 분화한다. 이때 S단계에서 DNA 복제가 정상적으로 되는게 정말 중요한데, 간단히 생각해 보면 S단계에서 망가진 DNA를 복사해 버리면 분열해서 나오는 세포 두개가 그 망가진 DNA를 가지게 되고, 그 두 세포가 분열하면 또 네 세포가 망가진 DNA를 가지게 되고 등등 해서 이 망가진 DNA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버리기 될 것이기 때문.

 

그래서 G1단계가 끝나고 S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세포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검사' 를 받는다. 학교에 들어가기전에 복장검사를 하는 것처럼 (물론 세렌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가보지 않아 모른다. 하겠지?) 정말 중요한 DNA 복제단계로 들어가기 전 DNA가 정상적으로 되어 있나 검사를 하는 것. 이 검사단계에서 우리의 p53단백질이 CDK1, CDK2, CDK4, CDK6이라는 동료 단백질들과 함께 뭉쳐서 DNA를 검사한다. 망가진 DNA부분이 보이면 효소를 불러와서 그 부분을 밀어버리고 새로 복구한다. 망가진 부분이 좀 많으면 효소를 좀 많이 데려와서 군데군데 땜질을 한다. 인간 유전자는 총 32억개 정도의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32억개의 염기를 복사하면서 생기는 오차율은 0.000165%, 인간이 만든 그 어떤 복제 메커니즘보다 정교한 수준이다. 근데 이래도 최소 1만개에서 10만개정도의 오차가 생기고, 오차가 재수 없게 중요한 (저번의 포스라던가) 유전자에 생겨버리면 답이 없는 상황이 되므로 그런 일이 없게 이 단계에서 또다시 검수를 하는 것. 오차율은 최종적으로 1E-12 정도에 수렴한다. 이건 우리 몸의 DNA 복구 메커니즘의 한계로, 여기서 못 잡아내는 몇몇개는 어쩔수 없는 모양.

 

하여간, 이렇게 검사가 끝나고 세포가 복사될 만하다 여겨지면 p53가 물러나면서 세포에게 OK사인을 보낸다. 그럼 세포는 S 단계로 들어가서 DNA를 또 신나게 복제하기 시작한다.

DNA를 고치는 중인 p53-DNA 라이게이스

 

 

p53의 역활은 이것뿐만이 아닌데, 세포분열주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 DNA 이상이 발견되면 항상 콜업된다. 예를들어 활성산소가 DNA를 개발살 내놨을때도 불려가서 땜질을 한다 (정확히는 불려간 다음 땜질하는 애들을 호출한다). 갑자기 세포의 농도가 변경했을때 생기는 데미지에도 불려가고, 저번의 포스인자 등 다른 세포의 중요 세포분열관련 유전자들이 망가져서 폭주할 때도 불려가서 사태를 다스리는데 사용된다. 세포가 뭐에 잘못 달라붙었을 때에도 일단 호출되고 본다. 이 수많은 DNA와 세포의 데미지에 끌려가 개고생하는 p53를 찬양하는 의미에서 1992년 레인 박사의 팀은 이 단백질에게 아주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바로 Guardian of the Genome

게놈의 수호자

 

다. 멋있지.

 

대충 해골마크가 세포 자살이라 보면 된다. 일부러 여러분의 기를 죽이려고 최대한 복잡해보이는 다이어그램으로 가져왔다.

 

p53의 역활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엔간한 데미지는 p53가 효소들을 부려서 어떻게든 때워먹을 수 있는데, 가끔 DNA 데미지가 너무 광활할 때가 있다. 아니면 양쪽 다 부러져 버리던가 (DNA는 이중나선 구조라는걸 기억하자. DNA 수리 효소가 DNA를 수리하는 방식은 이중나선 중 망가진 나선의 부분을 일정 부분 제거한 다음 멀쩡한 나선을 참조해서 그와 맞는 다른 쌍의 나선을 만들어 붙이는 방식이다. 양쪽 다 망가져 버리면 참조할 나선이 없으니 답이 없어진다). 이럴 경우 p53은 깔끔히 gg를 친다. 어떻게?

 

세포를 죽인다 (Apoptosis = 세포 자살). 간단히 칼슘이온을 세포 속에 잔뜩 들어오게 한 다음, 농도를 맞추기 위해 역시 물이 세포 속으로 엄청나게 들어오게 하여 최종적으로 세포를 빵 터지게 만들어 버리는 것. 잔인할것 같지만 망가진 세포가 폭주해서 암세포로 돌변하느니 차라리 그 전에 자살시키는게 우리 몸에는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역시 수백개의 효소와 단백질들이 관여하는 이 세포자살체계에서 p53은 마스터 컨트롤러, 즉 최종 지휘권자의 역활을 맡는다. 그래서 이곳에도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진 후, 부스덴 박사의 팀으로부터 p53은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바로 Death Star. 죽음의 별이다. 이것 또한 포스 쩌는 이름이 아닌가.

 

그리고 1989년에는 '올해의 단백질' 로 상도 하나 타 먹었다. 경사로세

 

 

흑화

우리 몸에는 재차 말했듯 수많은 세포분열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있고, 이것들이 망가질 경우 세포는 암에 걸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하여 세포는 p53라는 개념찬 유전자를 어떻게든 쑤셔 넣어서 이런 수십가지 위험에 대비하게 됬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하루에도 수만개씩 생기는 DNA 돌연변이에도 어느정도 안전할 수 있게 됬다. 뭐가 잘못되면 p53가 고치거나 맛이 간 세포를 죽여 줄 테니까. 하지만 하나는 해결하지 못했다.

 

p53가 망가지면 어떻게 하는가?

 

뭘 어떻게 해. 끝장나는 거지..

수많은 세포분열유전자의 망가짐을 막았지만 정작 p53가 망가져 버리면 몸은 딱히 해결책이 없다. 실제로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암의 절반 이상에서 p53가 망가져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다. 이 p53 유전자 이상은 유전적으로 대물림될 수도 있기에, 부모의 p53가 망가져 있다면 자식, 손주 세대까지 위험하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이렇게 망가진 p53 은 멀쩡한 다른 p53 의 작동까지 방해한다 (우리 몸의 모든 유전자는 두 복사본이 있다. 하나는 엄마에게서, 하나는 아빠에게서). 즉 엄마 쪽에서 내려온 p53유전자가 망가져 있다면, 설상 아빠 쪽에서 내려온 p53 유전자가 정상이더라도 흑화한 p53가 정상적인 p53의 활동을 방해하면서 그대로 암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이 쩌는 이중성으로 별명을 또 하나 드셨는데,

 

An Acrobat in Tumorigenesis

발암의 곡예가

 

이다. 암 억제와 암 발생을 외줄타기로 넘나드는 정신나간 단백질이다. 여러분도 건강한 식습관으로 p53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하자.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

 

 

블로그가 초기화되기 전에 써놨던 글인데, 하드 구석에서 썩어가고있는게 아까워 올립니다. 생물학 재밌습니다. 여러분도 생물학 하세요. 물론 암울한 자연과학계의 실태와 어두컴컴한 앞날은 책임 지지 않습니다! 또한 본 글에는 여러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실 경우 죄송합니다.

 

 

DNA가 ATCG의 네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는건 대부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르면 배우자). 이런 DNA 염기가 무려 32억개 모여서 인간의 DNA, 즉 휴먼 '게놈' 을 만들고 (약 1.8m), 세포는 휴지 말듯이 DNA를 돌돌 말아내어서 어떻게든 10마이크로미터 (약 10^-6m) 정도 되는 세포핵 속에 이 DNA를 쑤셔 넣는다. 이 갑갑하게 구겨져있는 DNA에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아니, 거의 모든) 만들어내서 살아가니, 정리정돈 스킬이 만렙에 달한 세포들이라 할 수 있다.

쎾쓰한 과학자들에 의해서 인간의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많은 생물학자들은 30억개가 넘는 게놈이 차곡차곡 세포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보며 경탄하였다. 그리고 무었을 했을까? 당연히 게놈을 들여다 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당연히 생각은, 아, 우리 인간은 존나 우월하니까 단백질이 생성되는 부분도 우글우글하겠지.

그리고 당황했다.

32억개나 되는 염기서열의 숫자에 비해 단백질이 너무 적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염기서열에서 적어도 십만 개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 발견된 수는 채 2만 5천개도 되지 않는 것이였다 (2014년 1월에 발표된 눈믄에서는 이 단백질 숫자를 1만 9천개로 줄여 버렸다)

이 아햏햏한 발견은 인간 말고 다른 생명체의 게놈 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더욱 심화되었다. 어떤 도룡뇽들은 게놈의 크기가 무려 120억개, 즉 인간의 네배다. 하지만 도룡뇽들이 인간보다 더 발전한 생물은 아니지 않는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수도 적고.

그래서 결국 게놈의 크기와 생명체의 발전됨을 엮어 보려던 과학자들은 GG를 치게 되었다.

 

염기서열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가 위치하지 않는 곳의 예. S.Cerevisiae 효묘균의 X염색체의 지도이다. 빨강색의 YJL167W 유전자 (~105k) 와 빨갛고 노란 YJL168C (Set2 HMT) 유전자 사이의 공간이 텅 비어 있는데, 이런곳을 non-coding DNA, 즉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DNA' 라고 부른다. 좀더 포괄적으로 보면 '유전자 사막' (Gene Desert) 에 포함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게놈의 크기와 생명체의 진화가 서로 딱히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후 (일명 c 패러독스), 과학자들은 대체 어찌하여 이렇게 거대한 게놈에 이렇게 적은 양의 유전자가 있는지 (즉, 이다지도 비효율적으로 크기를 쓰는지. 하드로 비유해보면 1TB하드에 쓰는 공간은 20GB고 쓰지도 않는 잡다한 파일이 980GB를 차지하는 격이다)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있어 꽤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다.

염기서열 ATCG를 사용해서 유전자를 만들어 보자. 대충 AACACG 가 유전자 A라고 하겠다. 그리고 GGGGGG가 유전자 B, AAAACC 가 유전자 C. 이걸 유전자 지도에 늘어놓아 보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만 나타나게 했을 경우 이렇게 보일 것이다.

 

………………AACACG…………………………GGGGGG……………………………………………………………AAAACC……………………………

 

여기서 ….. 는 유전자를 만들지 않는 DNA를 의미한다. 기존의 과학자들은 이런 것들은 그냥 쓰레기 DNA (스이긴토정크 DNA)라 치부하고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헌데 이전에는 무시하던 이 부분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자, 아주 이상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AGTCTGACG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ACGATCGATCGATCGTACGTACGTATTAACATTAACATTAACATTAACACGTACGACAGTAACACGTTAACAGGACCAG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AGGGAGCAGATACTATCACTGTTAACATTAACATACTACTATGTGGGGGGTTAACATGCAACTACTACTACT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CTACTCATCAATCTCTATCATACTACT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ACTACTC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AACTACTACTACTACTACTCATACTACTAACTACTCTGGGGAGAGTAGTAGTAGTCTAGTAGTCTCCGCGC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GCGCGCGCGCGCGCGAAAACCGGGGGGGGCCCGCGCGCGCGCGGCGC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AACGTACTGGCATGAT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CAGTCTAGCTACGACGATCGAT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TTAACACGATCGATGCATCGATCGACTGTTAACATTAACA

 

보시다시피, 기존에 쓰레기라고 무시했던 부분에는 TTAACA라는 염기서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이.

그 수만 16억 개가 넘는, 인간 게놈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이런 반복되는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 유전자는 6개의 염기가 아닌 몇천개에서 몇십만개의 염기고, 이런 반복되는 서열도 50개가 반복되는 서열에서 5천개가 반복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소름 끼치는, 이런 엄청난 수의 반복 서열이 인간 유전자 속에 잠들어 있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후, 여러 연구에 의해 이런 반복서열은 여러 생명체들에게서 발견되었다. 가까이는 쥐같은 포우류에서 옥수수같은 식물까지. 어떤 반복 서열은 인간에만 있었고, 어떤 반복 서열은 인간, 쥐 등의 포우류에, 어떤 서열은 옥수수에서도 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건 대체 무엇일까.

인간, 인간/포우류, 인간/포우류/식물 등으로 세분화할수 있다는 걸 알아낸 과학자들은 이것이 진화의 단계에서 축적되온 어떤 것이라 가정하고, 이 반복 서열들을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발견된 수많은 생명체들의 유전적 정보들과 모조리 대조를 시켰다. 그러자 보이는 것이 있었고, 과학자들은 그들의 존재에 전율했다.

 

이 염기서열들은, 생명의 시작으로부터 끊임없이 다른 생물들을 침략하던 바이러스들의 유전자였다!

 

수십억 년 전부터 이어진 감염과 침략의 흔적에 과학자들은 이 반복되는 서열들에게

LINE-1

Long Interspread Nuclear Element

 

라는 이름을 붙였다. 후에 다른 반복되는 그룹은 L-2, L-3 LINE으로, 좀더 짧은 놈들은 SINE으로, 다른 특징을 가진 애들은 ERV 등으로 세분화되어서 불리게 된다.

라인은 무엇인가?

'센트럴 도그마' 라는 것, 기존적인 생물을 배운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단백질에 관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서 RNA가 '전사'되며, RNA에서 단백질이 '번역' 되어서 나온다.

이 '기본적, 그러나 모든 생물이 따르는 자연의 이치' 라 명명되어진 것이 바로 '센트럴 도그마' 다. 오랫동안 생명체의 절대적인 진리라 여겨진 이 법칙은, 그러나 극악무시한 성병 에이즈 (AIDS) 를 유발하는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의 발견으로 깨어진다. 이들은 '레트로바이러스' 라는 새로운 분류로, RNA 에서 DNA를 만들어 낼수 있는, 즉 '역전사' 를 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감염 대상인 세포에 침투할 때 RNA를 이용해 침투하고, 숙주의 세포에 들어간 RNA에서 DNA를 만든 다음 숙주의 DNA, 즉 게놈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자기가 들어가 숙주의 DNA인 척 하는 아주 비범한 류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숙주의 DNA 속에 숨고, 숙주 속에 숨은 바이러스 DNA를 사용해 바이러스 RNA, 그리고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터라, 세포의 기본적인 DNA 수리 체계가 아예 '원래 내 것이였던 DNA' 로 인식해 버려 고치질 않는다.

게다가 원래 RNA에서 DNA를 만들어 낼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바이러스들인지라, 원한다면 얼마든지 '숙주의 DNA 속에 숨은 바이러스 DNA에서 바이러스 RNA를 만든' 다음, 그 '새로 만들어진 RNA에서 바이러스 DNA를 만들어 그걸 또 숙주 DNA의 다른 부분에 잠입해 버리는' 저글링스러운 복사가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바이러스 DNA 는 숙주 세포의 DNA 속에서 계속해서 늘어나고, 늘어난 바이러스 DNA로 또 DNA를 만들어 또 숙주 DNA랑 합체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쯤 되었으면 알 것이다. L-1 라인 엘레멘트, 인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포우류에서 발견되는 반복되는 염기서열은 이 바이러스들이 생명체의 DNA에 잠입한 후 엄청나게 겁탈자가복제한 흔적인 것이다. 그 복사가 얼마나 무지막지했는지는, 32억개나 되는 인간 유전자 중 무려 16억개가 이들 복제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럼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럼 우린 왜 건강한데?

 

간단하다. 거의 대부분의 이 바이러스의 흔적인 반복염기들은 '죽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천만 다행이게도, 대부분의 이 반복서열은 바이러스로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하나는 복제 단계에서부터 망가져 있던 경우.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의 '전사 효소', 즉 DNA에서 RNA를 만드는 효소가 칼같은 정확성을 자랑하는데 비해 RNA에서 DNA를 만드는 '역전사 효소' 는 일처리 방식이 참으로 개판인지라 끝내주는 오차율을 자랑한다 (ATCG를 만들어야 하는데 AGGG를 만들어 버린다던지가 가능한 나사 빠진 효소다). 이 효소의 엉망인 DNA 생성 능력 덕분에 에이즈 등의 바이러스성 질병에 백신을 만들기가 정말 힘들기도 하지만 (자꾸 효소가 잘못된 DNA를 만들면 바이러스가 변이해 버리고, 기껏 이전 바이러스를 잡으려고 만들었던 백신은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마찬가지로 기껏 DNA를 복사했더니 바이러스를 만들 수 없는 고자 DNA가 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쨰 이유로는, 저번에 말했던 것과 같은 DNA의 변이. 자외선, 흡연, 알코올, 화합물 등이 우리 몸의 DNA에 안좋은 것처럼, 이것들은 숙주세포의 DNA 속에 융합된 바이러스 DNA에게도 똑같이 안 좋다. 이런 것들 덕분에 바이러스 DNA가 망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 하지만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 DNA들이 다 이걸로 망가질 수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무려 몇억 년을 걸친 진화를 통해 축적된 망가뜨림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론, 세포 또한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 진화를 통해 세포들은 대충 '아 이런, 이 DNA가 좀 이상한데. 이 부분을 계속 냅두면 큰일 나겠다' 라 생각하고, 온갖 단백질들을 이런 반복염기서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게놈 부분에 때려박아 어떻게든 이들 반복DNA가 RNA를 만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대충 이렇다고 보면 된다. 위쪽의 유크로마틴, 즉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위치한, RNA를 만들어야 하는 부분' 에는 단백질들이 꽤나 듬성듬성하게 있어, RNA 를 만드는 효소들이 쉽게 비집고 들어가 RNA를 만들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밑 같이, 'RNA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부분', 즉 헤트로크로마틴에는 단백질이 아주 빽뺵하게 차 있어 RNA를 만드는 효소들이 접근을 할수 없게 막아 버린다. 어떻게 보면 폭도들이 날뛰는 것을 단백질 군대를 통해 납작하게 눌려 버린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RNA 전사를 막는 부분' 을 관리하는 단백질들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것으로, H3K36me를 관리하는 Set2, H3K9me3를 관리하는 Suv39h 같이 족히 수백개는 됨직한 단백질들이 이 '활동해서는 안 되는' DNA 부분을 막기 위해 오늘도 일하고 있다.

게다가 몸은 듬성듬성 이득을 취할 줄도 알아서, 몇몇 죽어버린 바이러스 DNA는 지금 인간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고 있기도 한다. 예를들어, 지금 밥을 먹는 여러분의 입 안에서는 AMY1C 유전자, 간에서는 BAAT 유전자가 활발하게 전사되고 있다. AMY1C의 유전자에는 ERV라는 고대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그냥 통쨰로 들어가 있다! BAAT에도 유전자의 절반 정도가 쓰이고 있다. 이 둘이 없으면 여러분의 침은 탄수화물을 소화하지도 못하고, 쓸개는 쓸개액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들이 발견된 후, 과학자들은 '하지만 이런 잠들어 있는 LINE 이 꺠어나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라는 의문을 가졌다. 실제로 인간의 LINE의 대부분은 망가진 부분 없이 멀쩡한 놈들이다. 즉 LINE의 제어가 풀리면 바로 RNA에서 DNA를 만드는 역전사 효소가 만들어져서, LINE의 RNA를 DNA로 만들어 투입할 수 이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될까? LINE이 잠에서 꺠어나 RNA를 만들고, 거기서 다시 DNA를 만들면 그 DNA는 세포 게놈의 아무 부분에나 무작위로 넣어질 것이다. 까맣게 잊혀진 고대의 바이러스가 다시 부활해서 자가 복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DNA가 넣어지는 곳이 별 문제 없는 곳이라면 좋겠지만, 만약 이 바이러스 DNA가 p53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부분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 P53는 제대로 일을 할수 없는 장애 단백질이 되어버리고, p53가 관할하는 모든 기능은 컨트롤러를 잃고 폭주할 것이다. 암의 시작이다.

실제로 몇몇 암에서는 L1 LINE이 잠들어있는 부분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것이 발견되었다. 보통 인간의 몸이 '잘 시간이다!' 라고 인지를 할 때 밤일을 하거나 하는 이유로 깨어 있는 경우에도 L1 LINE부분의 유전자가 불안정하게 된다. 밤샘 게임하는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이다! 세렌도 제길

결국 우리는, 언제 꺠어날 지 모르는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는 셈이다. 더욱 억울한 것은, 이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해서 들어온 게 아니다. 수십억년에 걸쳐 축적된 폭탄들인데 우리가 뭘 할수 있을까? 다만 최대한 바른 생활을 해서 (담배를 피지 말자!) 적어도 LINE을 관리하는 단백질들이 멀쩡하기를 빌 뿐…

그러니 죽기 전에 쎾쓰를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크게 슬픈 일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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